복합할부 수수료율 1.5%로 인하
금감원이 예외 인정...후폭풍 거셀 듯
카드업계 "수수료율 체계 위태롭다"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놓고 갈등을 빚어 온 KB국민카드와 현대자동차가 가까스로 가맹점 재계약에 합의했다. 절충된 수수료율은 기존 1.85%에서 0.35%포인트 내려간 1.5% 수준이다. 현대차는 1%선을, 국민카드는 1.75%를 협상 마지노선으로 고집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했던 양사가 한 발씩 양보함으로써 소비자가 국민카드로 현대차를 구입하지 못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다. 지난 3월 현대차가 금융감독원에 관련 복합할부금융 폐지를 요청한 것을 시작으로 7개월여를 끌어 온 현대차와 신용카드업계의 관련 상품 분쟁도 일단락됐지만, 금감원이 복합할부를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에서 예외로 인정한 데 대한 논란이 예상되는 등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다른 카드사 여파
17일 양사가 복합할부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1.5%로 의견을 모으면서 카드업계는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가맹점 계약은 각 사의 개별 협상 사안”이라며 애써 선을 긋고 있지만, 이번 협상 결과에 금감원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른 카드사들도 비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에선 국민카드의 선례에 따라 내년 2월 현대차와 가맹점 계약이 만료되는 신한카드나 3월에 재계약하는 삼성카드ㆍ롯데카드 역시 같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당장 현대차는 “오늘의 결과를 다른 카드사들과 협상에서 바로미터로 삼을 것”이라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현대캐피탈 입지 더 강화?
이번 복합할부 수수료율 협상은 현대차에 유리한 방향으로 마무리됐다는 분석이 많다. 이번 수수료율 변동으로 연간 130억원 정도를 아낄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그동안 강력히 반대해 온 복합할부 시장에 펀치를 날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현재 카드사별 복합할부 가맹점 수수료는 1.85~1.9% 수준. 자동차회사가 이 수수료(1.9% 적용 시)를 카드사에 주면 카드사는 캐피털사에 1.37%포인트, 고객에게 0.2%포인트를 돌려주고 카드사몫으로 0.33%포인트를 챙긴다. 이 수수료가 0.35%포인트 줄게 되면 캐피털사와 카드사가 나눠 부담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캐피털사는 재원 부족으로 일반 할부금융 상품보다 낮은 금리를 제공하기 힘들고 마진이 줄게 된 카드사도 이 상품에 적극성을 띠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복합할부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현대캐피탈의 입지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형가맹점 수수료 불똥 우려
무엇보다 카드업계는 또 다른 대형가맹점의 수수료 인하 요구를 걱정한다. 특히 금감원이 국민카드에 구두로 “복합할부금융을 현행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의 예외 분야로 하겠다”는 방침을 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카드업계는 2012년에 개편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전업법상 신용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할 때는 카드사별 원가에 해당하는 ‘적격 비용’을 반영하도록 돼 있다. “복합할부 적격 비용은 1.7% 안팎”이라는 게 국민카드의 입장이지만 금융당국은 복합할부가 ‘공적인 성격이 있는’ 신용카드 가맹점이라는 점을 들어 예외를 허용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복합할부가 공적 성격이 있다면 다른 대형가맹점들도 너도 나도 공적인 성격이 있다고 나서지 않겠느냐”며 “금융당국이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 근간을 흔든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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