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아시아나항공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에 대해 ‘45일 운항정지 처분’을 내리자 아시아나항공이 어제 이의를 신청했다. 앞서 국토부는 아시아나항공의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지난해 7월, 사망 3명ㆍ중상 49명)와 관련 지난 14일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열어 해당 노선에 대해 45일 운항정지를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을 일정기간 폐쇄한다는 것은 회사의 존폐와 직결되는 사안으로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주장하며 심의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을 거론하고 있다.
정부는 인명사고를 일으킨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응당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단지 우리 정부가 굳이 국내도 아닌 해외노선에 대해 과징금이 아닌 운항정지 처분을 하는 것이 국가이익 차원에서 현명한 것인지는 좀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운항정지와 같은 전통적 징벌 방식이 항공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재가 운항정지라는 사후적 징계가 항공안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취지로 우리 정부에 얘기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외에서는 2000년 이후 인명사고가 났더라도 운항정지 처분을 한 사례는 거의 없고, 벌금 또는 과징금 부과가 대세다. 자국 항공사에 대한 운항정지 처분이 외국의 경쟁사들만 유리하게 한다는 국익 차원의 판단을 앞세우고 있다.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은 연평균 탑승률이 85%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고 외국인 탑승률이 70% 이상이다. 45일간 운항정지가 시행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150억원 이상의 매출 손실이 발생하고 이미지 타격, 영업환경 악화 등이 불가피하다. 아시아나항공은 1992년 이후 22년간 샌프란시스코에 취항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그 결과 유리한 시간대의 슬롯(시간당 이착륙 횟수)을 확보하게 되었다. 운항정지가 되면 슬롯과 카운터 등을 일단 반납해야 하고 판매망 영업네트워크 붕괴 등 무형의 손실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 국적 항공사의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되고, 반사적 이익은 유나이티드항공이나 싱가포르항공 등 외국 항공사에 고스란히 돌아간다.
정부가 인명사고를 일으킨 항공사에 책임을 묻고 징계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고 재발을 막고 항공안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적 항공사에 대해 해외노선 운항정지와 같은 극약처방을 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항공안전 확보와 국가의 이익을 저울질하면서 좀더 나은 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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