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딸(8)을 폭행, 숨지게 한 죄로 징역 10년이 선고됐던 ‘칠곡계모’ 임모(36)씨에게 법원이 이번에는 그 언니(12)를 학대한 죄를 물어 별도로 징역 9년을 선고했다. 피해 아동들의 친아버지인 김모(38)씨에게도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대구지방법원 제21형사부(백정현 부장판사)는 17일 숨진 의붓딸 A양의 언니 B양을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위반 등) 등으로 추가 기소된 임씨 부부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피해아동의 부모로서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양육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상상하기 힘든 학대행위를 저질러 소중한 생명을 빼앗고 B양이 평생 마음속에 고통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했다”며 “피고인들이 지속적으로 학대행위를 저지른 점, 자신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B양에게 허위진술을 시킨 점 등을 고려해 엄중한 형을 선고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임씨는 2012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년여 동안 A양 외에 언니 B양에게도 10여 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학대·폭행하는 한편 “동생을 죽였다”고 허위진술을 하도록 강요했고, B양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세탁기에 가둬 돌리고 성추행을 하거나 물고문을 한 의혹과 함께 한겨울에 아동을 베란다에 재우거나 알몸으로 벌을 세운 혐의가 뒤늦게 드러나 검찰이 추가 기소했다.
재판부는 친아버지에 대해서는 “피해 아동들의 친부이자 가장으로서 비극적인 결과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무기력하게 학대행위를 방치해 임씨 못지않은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임씨 부부는 앞서 지난해 8월 A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지난해 10월 기소돼 지난 4월 징역 10년과 3년을 각각 선고 받고 항소, 대구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그 동안 상해치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미뤄온 대구고법은 추가 기소 건에 대한 1심 선고 결과가 나옴에 따라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할 예정이다.
대구지법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여러 개의 범죄 행위가 추가로 드러난 경합범 사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단순하게 이미 선고된 징역 10년과 추가 선고된 징역 9년을 더해 항소심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며 향후 재판 과정에서 형량이 가감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이날 “선고형량이 피고인들의 범행에 비하여 너무 관대하다”며 유감을 표시하고 “항소심에서 상해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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