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의 공신력을 떨어뜨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수능 출제 오류 논란이 재연되고 난이도 조절 실패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다. 부실한 출제 및 오류관리의 문제와 함께 교육당국의 책임성과 역량에 다시금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기회에 수능 체계는 물론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올해 수능에서는 두 문제가 출제 오류 논란에 휘말렸다. 영어 25번 문항은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P)를 구분하지 않고 출제해 명백한 오류로 지적된다. 퍼센트의 수치 차이를 비교할 땐 퍼센트포인트를 써야 한다고 통계청도 명시하고 있으니 복수정답 처리가 불가피해 보인다. 과학탐구 영역의 생명과학Ⅱ 8번 문항도 관련 전문가들이 다른 답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오류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 올 수능은 상위권 수험생들에게 변별력이 낮아 문제 오류가 확인될 경우 심각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교육 당국은 학회와 전문기관의 자문을 거쳐 신속하게 논란을 규명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수능 일부 과목이 쉽게 출제되면서 일선 교육현장이 혼란에 빠져있는 것도 우려를 자아낸다. 교육당국이 사교육 부담을 덜겠다며 ‘쉬운 수능’을 고수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정시를 준비했던 수험생들이 황급히 수시로 전환하고 논술학원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학력이 아니라 눈치와 전략이 대입의 성패를 가르게 됐다는 자조와 한숨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쉬운 수능이 수험생의 학습부담을 줄여주고 사교육비 경감에 기여하는 순기능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수능만 쉽게 낸다고 해서 입시문제가 해결되리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예측 불가능한 널뛰기 식 수능은 수험생들의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근본 대책은 전반적인 대입제도 개선과 연계해서 추진해야 한다. 수능과 내신, 논술, 면접, 입학사정관제의 유기적인 상호보완을 통한 대입 제도의 혁신이 요구된다.
수능의 경우 기초학력을 총괄 평가하는 성격인 자격고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신 고교 생활기록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학생부에 기록되는 교과 이수 과정과 각종 학교 활동 평가의 비중을 대입 전형의 주요 요소로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이는 학교와 교사에게 평가의 자율권을 돌려주는 동시에 황폐화한 공교육을 되살리는 길이다. 일부에서는 대학별 본고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안될 말이다. 과거 경험에서 보듯 사교육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입시경쟁이 극한으로 치달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입시제도 개편의 요체는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절감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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