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쿠바용병 레오(24ㆍ삼성화재)와 시몬(27ㆍOK저축은행)의 자존심 대결로 배구판이 뜨거워진 가운데, 이들의 리더십도 함께 회자되고 있다.
과묵한 성격의 레오는 좀처럼 웃지 않는다. 하지만 책임감으로 치자면 팀의 ‘가장’과도 같다. 청소년 시절 망명길에 오른 레오는 삼성화재에 들어와서야 제대로 된 보수를 받으며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만큼 내면의 아픔을 간직한 채 한국 무대에 데뷔했다. 신치용 감독은 2012년 레오가 한국에 왔을 때 “트레이닝복에 가방 하나만 덜렁 들고 입국했다”고 회상했다. 신 감독은 이어 “처음 비시즌 훈련 때 운동장 20바퀴를 돌라고 하니까 4바퀴만 돌고 의자에 앉아서 쉬길래 ‘이렇게 하려면 돌아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자리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갈 데가 없다. 나는 돈을 벌어야 한다’고 간청했다”며 초창기 시절 레오의 모습을 전했다.
절박함과 간절함으로 무장한 레오는 평소에는 말이 없지만 팀과 경기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발언한다. 팀이 상대를 강하게 밀어붙여야 할 때는 동료들에게 적극적인 플레이를 주문하기도 한다고 신 감독은 밝혔다. 신 감독은 “외국인 선수라고 해서 동료들을 깔봐서는 같이 할 수 없다. 레오가 그런 선수였다면 나와 계속 같이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신뢰를 보냈다.
올해 한국 나이로 스물 여덟인 시몬은 팀에서 ‘형님’’축에 속한다. 동갑인 강영준과 한상길을 제외하면 팀의 최고령이다. OK저축은행은 지난해 창단한 막내 구단인데다가 선수들도 20대 초ㆍ중반이라 다른 팀에 비해 젊다. 김세진 감독도 어린 선수들을 이끄는 시몬을 기특해 하는 눈치다. 김 감독은 13일 대한항공전을 앞두고 “공격, 서브까지 책임지는데다가 블로킹까지 쫓아다닌다”면서 시몬의 성실한 자세를 강조했다. 이어 “게다가 시몬은 선수들에게 파이팅까지 외친다. ‘하자, 하자!’면서 선수들을 독려한다”고 칭찬했다. 비시즌 때 김 감독은 “시몬이 주장까지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신뢰를 드러냈을 정도다. 시몬은 2008~10년 쿠바 대표팀에서 뛰면서 주장을 맡아 팀을 이끈 경험이 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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