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가 받은 타가 줄기세포
2012년부터 의약품처럼 대량 생산
피부 미용ㆍ흉터에도 줄기세포 활용
가슴성형에선 생착률 70%로 높여
줄기세포 치료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한국 축구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인공 거스 히딩크 감독이 줄기세포로 무릎 관절염을 완치했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은 무릎 연골이 다 닳아 없어졌는데 올 1월 한국에서 줄기세포 무릎연골 재생 치료제 ‘카티스템’(메디포스트)을 이용한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10개월 만에 완치 판정을 받은 것이다. 치료를 맡은 송준섭 서울제이에스병원 원장은 “히딩크 감독의 최종 무릎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했는데 줄기세포가 잘 자라 성공적으로 치료가 됐다”고 했다.
초ㆍ중기 퇴행성관절염 치료에 효과적
퇴행성관절염은 무릎 내 관절을 보호해주는 연골이 노화나 외부 충격으로 손상되면서 발생한다. 지금까지 퇴행성관절염 치료법으로는 초기 약물주사와 관절내시경 치료로 버티다가 말기 인공관절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한 번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는 연골의 특성 때문에 퇴행성관절염 초·중기 환자의 치료가 어려웠다.
그런데 히딩크 감독처럼 줄기세포를 이용한 초ㆍ중기 퇴행성관절염 치료 가능성이 열렸다. 고용곤 강남연세사랑병원 원장은 “최근 신체 줄기세포를 빌려와 연골을 다시 만들어 관절을 그대로 보존하는 치료법이 개발돼 초·중기 퇴행성관절염 치료가 가능해졌다”고 했다. 퇴행성관절염 치료에 적용되는 줄기세포는 신체 골수와 지방, 제대혈 등에서 추출할 수 있다.
줄기세포 치료는 연골 상태, 환자의 연령과 몸 상태 등 여러 가지에 따라 골수와 지방 등 자기의 조직을 이용하는 치료와 다른 사람의 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치료 중 가장 적합한 치료를 결정하게 된다.
자가 줄기세포 치료는 환자 엉덩이뼈와 둔부에서 직접 채취한 골수와 지방 등에서 분화 전 단계인 중배엽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다. 연골손상 범위가 작으면 주사로 간단히 줄기세포를 주입할 수 있다.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연골손상 병변에 정확히 주입한다. 자가 조직을 이용하므로 부작용이 거의 없고, 최소절개 방식으로 진행돼 회복이 빠르다.
타가 줄기세포는 다른 사람 제대혈에서 추출한 중간엽 줄기세포를 무릎 내 연골 손상 부위에 뿌리는 방법이다. 대개 관절 내시경을 이용하는 자가 줄기세포치료와는 달리 타가 줄기세포치료는 무릎 부위를 절개해 관절을 개방한 상태로 한다. 이 치료법은 히딩크 감독의 무릎 퇴행성관절염 치료에 쓰인 치료법이다.
손상된 연골에 제대혈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 치료제를 넣어 연골을 다시 만드는 방법이다. 제대혈에서 연골조직으로 분화하는 중간엽 줄기세포를 채취해 만든 연골손상 치료제를 이용한다. 수술은 30∼60분 정도 걸리며, 수술 후 2, 3일 정도 입원해야 한다.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 후 6주 정도는 재생된 연골세포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안정을 취하며 꾸준한 재활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치료제는 2008년 7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진행된 임상시험 1~3상을 거치는 동안 투여로 인한 부작용 및 이상반응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아 의약품처럼 대량 생산된다. 고 원장은 “줄기세포 치료 활용도가 최근 발목, 어깨, 척추 등으로 넓혀지고 있고 줄기세포로 연골기능을 완벽히 회복하게 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줄기세포는 피부 미용과 흉터 치료에도 쓰인다. 줄기세포를 활용한 여드름 흉터 치료법은 상처 부위에 줄기세포를 이식하면 줄기세포에서 성장인자가 나와 흉터와 그 밑 지방층을 두텁게 재생하는 원리다. 피부와 결합조직을 구성하는 콜라겐이 만들어지면서 새 살이 올라오고 흉터를 완화한다.
줄기세포 치료는 앞으로 치매와 파킨슨병 등 더 많은 분야에서 좋은 치료 임상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문지숙 차병원그룹 줄기세포연구소 교수팀은 지난 2년간 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는 동물에게 인간 태반줄기세포를 직접 투입한 결과, 치매를 일으키는 물질(아밀로이드 단백질) 형성이 억제되고 인지기능이 향상됐다. 파킨슨병은 태아 중뇌에서 유래한 줄기세포로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문 교수는 “현재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뿐 아니라 쥐를 모델로 자연적인 노화로 발생하는 인지기능 손상을 회복시키는 연구와 함께 파킨슨병과 뇌졸중 등 다른 뇌질환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 현재 급성심근경색 치료제 ‘하티셀그램-AMI’(파미셀)와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카티스템’(메디포스트), 크론성누공병 치료제 ‘큐피스템’(안트로젠), 루게릭병 치료제 ‘뉴로나타-알주’(코아스템) 등 4개 성체 줄기세포 치료제 허가를 받았다.
가슴 확대에도 줄기세포 이용돼
가슴성형 분야에서도 줄기세포가 이용되고 있다. 최근까지 부자연스럽고 이물질에 대한 거부감이 큰 보형물 삽입 대신 자신의 복부나 허벅지 등에서 지방조직을 채취해 가슴에 이식하는 자가지방이식 가슴성형 수술이 대세였다. 그러나 이 수술은 이식한 지방세포의 생착률이 20~30%에 불과하고 유지기간이 1년 안팎이었다.
이 같은 단점을 해결한 것이 줄기세포 가슴성형. 이 분야를 개척한 신동진 SC301성형외과 원장은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따로 분리해놨다가 순수지방세포와 함께 배합해 가슴부위에 이식하면 지방세포 생착률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며 “줄기세포의 항염증효과, 지방세포로의 분화, 혈관생성 유도 등이 생착률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했다.
신 원장은 지방유래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가슴성형의 효과와 안전성을 논문을 통해 입증했다. 그가 2013년 1년 동안 경과 관찰이 가능했던 20~50대 200명의 줄기세포 가슴성형 성적을 분석한 결과, 나이대와 관계없이 평균 5㎝가량 가슴둘레가 커졌다. 시술 받은 여성은 가슴 한쪽에 90㏄ 이상, 최대 260㏄의 지방세포와 줄기세포를 주입했다. 그는 "가슴성형은 처진 피부가 개선되고 모유수유 등으로 꺼진 가슴이 복원되므로 젊은 층보다 오히려 중년층에서 더 좋은 결과가 많이 나왔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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