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때부터 나눔 시작...지난해 180가구 8만5000장 지원
기업 등 후원금 연간 5000만원...올해는 지금까지 300만원...
지자체 지원만으론 턱없이 부족
2006년 전국 27만 가구를 정점으로 매년 감소하던 연탄사용 가구가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맞물려 올해는 기업과 개인의 연탄 후원물량도 급감,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도 크게 어려워지고 있다. 대구 비산동교회가 종교적 색채를 초월해 소외계층을 위한 겨울 난방연료 지원의 전초기지로 부상한 지는 오래다. 박노택(56ㆍ비산동교회 담임목사) 대구연탄은행 대표를 만나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과 연탄은행 운영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_대구연탄은행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사회적 빈곤가구에 연탄을 나눠주면서 사랑을 실천하는 순수 봉사단체다. 외환위기 한파가 휘몰아치던 1998년 강원 원주시의 밥상공동체 연탄 무료 나눔 사업으로 시작했다.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21만6,850가구에 3,240만장의 연탄을 무료로 나눠주는 공동체로 발전했다. 대구지역에는 비산동교회 주변 등 서구 340여 가구를 포함해 540여 가구가 연탄을 때고 있다. 이들 가구 중 지원이 없으면 안 되는 가구에 대해 후원하는데, 연탄은행이 문 열 때만 해도 연간 1만5,000장을 나눴는데 최근 8만5,000장으로 늘어났다.
_연탄은 언제 어떻게 전달하나.
“비산동 일대는 대부분 좁은 골목길이어서 특수 제작한 리어카 10대에 각 100장을 싣고 나른다. 때로는 골목이 좁고 연탄을 들여놓는 창고가 비좁아서 인력이 최소 3, 4명, 많게는 10명이 넘게 줄지어 연탄을 들여놓기도 한다.”
_올해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연탄후원 물량이 크게 줄었다고 들었다.
“대구연탄은행의 연간 사업비는 5,000만 원 정도다. 비산동교회 교인들의 헌금과 후원이 500만원, 개인 후원 500만원, 지역 기업체 2,000만원, 대기업이 2,000만원을 후원하고 있다. 연탄은행이 바빠질 이맘때면 2,000만원 정도는 후원이 결정되는데 올해는 개인 후원자들이 보내온 300만원이 전부다. 최근 연탄 가격의 상승과 연탄이용 가구가 증가하면서 활동이 비관적이다.”
_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노령연금도 나온다. 굳이 연탄은행에서 지원해야만 하는가.
“한 겨울에도 쪽방에서 전기장판 하나에 두툼한 외투를 입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지내는 독거노인이 많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지자체 등이 지원하는 연탄은 1년에 300장(16만5,000원) 정도다. 이마저도 들쭉날쭉 차이가 많다. 독거노인 1명을 기준으로 할 때 연탄보일러 하나당 하루에 3, 4장의 연탄이 소요되는데, 세대 당 가족이 3~5명일 경우는 연탄소비량도 늘어난다. 대부분 가정에서 1년 중 연탄을 사용하는 기간이 6개월 정도임을 감안하면 독거노인 1인 가정은 800장, 세대원 수가 4명일 경우는 2,400장이 소요되는 실정이다. 지자체 지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구연탄은행은 180가구에 가구당 평균 300장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_기온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소외된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는 방안이 있나.
“성경에서 말하는 정의는 분배의 정의다. 우리 사회는 억울한 사람이 늘어나면서 불공평하고, 정의롭지 못한 사회로 바뀌고 있다. 복지사각 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에게 소득의 재분배와 나눔을 통해 사랑으로 인정을 베푸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_한국교회가 외형적이고 과시적인 성과를 보이기 위한 행태로 종종 비난을 받고 있다.
“많은 교회 가운데 소수가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비산동교회의 경우 모든 교인이 의무적으로 1년 1회 리어카로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도 팀별, 부별로 리어카를 끌면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단편적인 것들이 전부는 아니다. 또 우리 교회는 20년 전부터 매주 수요일 120명에 대한 무료급식도 이어오고 있다. 비난 받는 교회도 있지만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가 더 많다는 점을 알아 주었으면 한다.”
_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연탄나눔이 필요 없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연탄을 사용해야만 하는 소외계층이 없다면 연탄이 왜 필요하겠는가.”
김강석기자 kimksuk@hk.co.kr
●약력
-계명대 영문학과, 뉴욕신학대 목회학 박사
-대한예수교장로회 경북노회장
-대구극동방송 설교위원
-대구비산동교회 담임목사
-대구연탄은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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