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한국과 뉴질랜드 간 FTA가 전격 타결됐다. 한ㆍ뉴질랜드 FTA로 우리는 자동차 부품 등 공산품과 서비스ㆍ투자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쇠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이 단계적으로 개방돼 관련 국내산업의 피해도 우려된다.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호주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브리즈번에서 존 키 뉴질랜드 총리와 한ㆍ뉴질랜드 FTA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했다. 2009년 6월 1차 협상을 시작한 지 5년 5개월 만이다.
이로써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일본 멕시코 이스라엘을 제외한 31개국과 FTA를 체결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할 12개국 중에서도 10개국과 FTA를 마무리 지어 향후 협상 시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다.
한국과 뉴질랜드는 올해 안에 가서명을 마친 뒤 내년 초 FTA 협정문에 정식 서명할 계획이다. 이후 양국 국회 비준을 거치면 정식으로 발효된다.
뉴질랜드는 수입액 기준 92%에 해당하는 상품들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7년 이내 전 상품(7,288개)을 자유화하기로 했다. 우리는 1만1,881개 상품 중 수입액의 48.3%는 즉시, 96.4%는 15년 내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쌀을 비롯해 꿀 사과 배 감 오징어 등 전체 농축산물 1,500개 중 194개(12.9%)는 양허 품목에서 제외돼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다. 뉴질랜드 최대 수출품인 탈ㆍ전지분유는 소비량의 5%만 인정하는 저율관세할당(TRQ) 상품으로 묶었다. 정부는 15년 내 관세가 없어지는 쇠고기 수입급증을 막기 위해 관련 산업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될 경우 관세 인하를 중지하거나 인상할 수 있는 세이프가드(ASG)조항을 넣었다.
상품 외에 정부 조달시장 개방, 양국이 기존 체결한 FTA에 기반해 서비스ㆍ투자 개방,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도입, 워킹홀리데이 인원을 연간 1,800명에서 3,000명으로 확대, 전문직종사자 연간 200명 일시 고용입국 등도 합의됐다. 한국무역협회는 “뉴질랜드는 경제규모(1,816억 달러)가 작고 현행 관세도 높지 않아 FTA 체결로 수출 효과가 크지 않겠지만 서비스ㆍ투자 분야는 활성화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현재 3~72%의 관세가 없어지는 뉴질랜드산 육류는 국내 농가에 위협적이다. 뉴질랜드산 쇠고기는 국내 시장 점유율이 호주(28%) 미국(17%)에 이어 3위(4%)로 지난해 수입액이 1억1,400만 달러에 이른다. 돼지고기는 삼겹살과 넓적다리 등을 뺀 나머지 부위 관세가 7~18년 후 철폐되고, 닭고기도 18년 후 무관세화 된다.
유제품도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돼 치즈는 7~15년 뒤, 버터는 10년 뒤 관세율이 0%가 된다. 조제 분유도 13~15년 안에 관세가 철폐되고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뉴질랜드산 키위는 매년 7.5%씩 관세율이 줄어 6년 뒤 완전히 없어진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한ㆍ뉴질랜드 FTA에 따른 피해영향을 분석해 국회 비준 동의 전까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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