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지원 여부 못 가려내, 변경 모집안 발표도 졸속
서울 노원구에 사는 맞벌이 부부 손모(39)씨는 다음달 1일 시작되는 유치원 원아 모집을 앞두고 한숨이 늘었다. 서울시교육청이 유치원을 가ㆍ나ㆍ다군으로 나눠 군별로 한 번씩 총 세 번만 원서를 내도록 제도를 바꾸면서 오히려 국공립 유치원에 보낼 기회가 줄었기 때문. 5세 딸을 맡길 곳이 여의치 않은 그는 “국공립 유치원의 비용이 저렴하지만 (3번의 기회를 그냥 날려버릴까 봐) 월 35만~50만원 하는 사립 위주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5세 아들을 둔 서울 서초구의 이모(38)씨는 변경된 방침과 상관없이 유치원 여러 곳에 원서를 넣기로 했다. 이씨는 “중복지원을 했는지 교육청이 알 방법은 없다. 주변 다른 부모들도 여러 곳에 지원하기로 했다”고 했다.
시교육청이 중복지원을 솎아낼 방법도 마련하지 않은 채 서울시내 유치원 지원 횟수를 3회로 제한하기로 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 같은 제도 개선은 지원자들이 새벽부터 몰리고, 중복 합격자들이 나중에 등록을 취소하는 등 ‘유치원 입학 전쟁’ 부작용을 해소하려는 조치다. 그러나 입학추첨은 유치원마다 개별적으로 진행해 중복지원을 걸러낼 방법이 없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 통합 지원시스템이 없어 현재로서는 중복지원을 추려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맞벌이 가정의 유치원 지원은 오히려 어려워졌다. 유치원 추첨일은 가군이 12월 10일, 나군 12월 12일, 다군 12월 15일로 정해졌다. 학부모 손씨는 “유치원 지원을 위해 연차를 연이어 세 번이나 내라는 말이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사립유치원 추첨기간은 3~4일로 여유가 있었고, 국공립은 하루 동안 지원을 받았다.
무엇보다 의견수렴도 없었던 시교육청의 늑장행정이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시교육청은 원아모집을 3주 앞둔 지난 10일 변경된 모집안을 발표했고, 일선 유치원은 2,3일 뒤에야 관련 지침을 전달받았다. 은평구 한 유치원 부원장은 “언론 기사를 접한 학부모 문의가 줄을 이었지만 교육청으로부터 들은 게 하나도 없어 제대로 답변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정책연구팀이 개선안을 제출한 게 11월 초여서 발표가 늦어졌다”며 “올해 제기된 문제점은 내년에 보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명희 서울지부장은 “갑자기 바뀐 원아모집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 유치원 실정에 맞춰 자율적으로 추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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