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안경업체 룩소티카, 삼성전자는 제일모직과 협업
단순 브랜드 제휴 넘어서 ITㆍ패션 공룡들 '시너지 효과'
지난달 제일모직의 남성복 브랜드 로가디스는 신기한 정장을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일명 ‘스마트 수트 2.0’으로 부르는 이 정장은 첨단 정보기술(IT)이 적용된 스마트폰 전용 주머니를 상의에 부착했다. 스마트폰을 이 주머니에 넣었다 빼면 잠근 화면이 저절로 해제된다. 또 응용 소프트웨어(앱)로 회의 시간 등을 설정해 놓으면 알아서 전화벨 소리가 무음으로 바뀐다.
이 똑똑한 정장의 비결은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이 내장된 삼성전자의 반도체다. 이 반도체는 스스로 스마트폰과 NFC를 이용해 통신하며 관련 기능을 작동한다.
최근 들어 패션과 IT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2000년대 후반 LG전자의 ‘프라다폰’이나 삼성전자의 ‘아르마니폰’처럼 단순 브랜드 제휴에 머물렀던 두 부문은 요즘 착용형(웨어러블) 기기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세계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인터넷이 가능한 손목시계(스마트 워치)와 안경(스마트글래스)이 주도한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발전 초기 단계다.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웨어러블 기기는 시계 목걸이 등 '액세서리형'과 의복처럼 기기가 결합된 '직물ㆍ의류일체형', 피부에 부착하는 '신체부착형'을 거쳐 최종적으로 생체에 장치를 이식하는 '생체부착형'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많은 소비자가 스마트 글래스 등을 신기하게 여길 뿐 구매를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앞으로 착용자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웨어러블 기기에 패션 요소가 강화되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외 패션 및 IT 기업들은 상호 협력을 통해 액세서리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기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구글이 레이벤, 오클리 등 유명 브랜드를 거느린 세계 1위 안경업체 룩소티카와 제휴를 맺고 새로은 스마트 글래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구글은 착용하기에 어색한 기존 스마트 글래스의 한계를 극복할 계획이다.
인텔도 백화점 업체 바니스뉴욕,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 등과 웨어러블 기기 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애플은 지난해부터 패션업체 입생로랑의 전 최고경영자(CEO)와 리바이스 전 부사장, 나이키 출신 디자이너, 버버리 전 CEO 등을 잇따라 영입해 IT기기의 패션 기능 강화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제일모직과 삼성전자가 스마트 수트 2.0으로 성공적 협업을 펼친 데 이어 이달 초 패션 브랜드 빈폴 매장 한 곳을 아예 IT매장으로 바꿔 놓았다.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의 딜라이트점에는 거울에 비치는 모습을 녹화해 3초 뒤 옷을 입었을 때 뒷모습까지 보여주는 디지털 미러와 옷걸이에 걸린 의류를 집어 드는 순간 해당 제품의 다양한 정보가 화면에 뜨는 디지털 행거 등을 마련했다. 김건우 제일모직 상무는 “빈폴 딜라이트점은 패션과 IT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패션 업체가 나아갈 청사진을 제시했다”며 “향후 삼성전자와 협업을 통해 디지털 매장과 제품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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