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선완의 심사직설] 수능 시험과 교육개혁

입력
2014.11.16 20:00
0 0

매년 반복되는 대입 스트레스

인구 감소로 변화의 조짐 감지

입시 구조와 교육 과정의 변화 뒤따라야

16일 오후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대성학원 주최로 열린 2015학년도 대학입학설명회를 찾은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주최 측에서 배부하는 배치표와 책자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이날 입시설명회가 열린 이화여대 강당에는 이른바 '물수능'으로 혼란해진 진학 전략을 듣기 위해 수험생과 학부모 수 천 명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대성학원 주최로 열린 2015학년도 대학입학설명회를 찾은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주최 측에서 배부하는 배치표와 책자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이날 입시설명회가 열린 이화여대 강당에는 이른바 '물수능'으로 혼란해진 진학 전략을 듣기 위해 수험생과 학부모 수 천 명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능력 정도를 알아보는 자격시험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수험생들은 자신이 받아 든 성적에 따라 심각하게 울고 웃는다. 그 이유는 수능 시험 성적이 바로 좋은 대학을 가느냐를 결정짓는 결정적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심리학적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의 상실이나 자신이 추구하던 이상과 현실적 위치 사이의 괴리로 인해 자신의 존재나 자존심의 상처를 받는 것이 큰 스트레스가 되고 우울감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좋은 대학의 입학 여부가 이런 심리적 과정과 밀접한 연관이 되기에 대학 입학을 결정하는 수능 성적에 학생들도 학부형들도 큰 영향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찬찬히 생각을 해보면 대학 입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학에서 무엇을 공부하고 어떤 능력을 갖추고 졸업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즉 대학 입학 간판이 아니라 졸업할 때 자신이 성취한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도 대학 입학 성적이 아직도 한 사람의 사회적 배경을 결정한다. 뿐만 아니라 대학의 서열도 그 대학이 성취하는 학문적 성과나 대외적인 영향력 그리고 그 대학 출신들의 사회적인 기여도보다 그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의 성적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대학의 서열은 사회적으로 공고한 토대 위에 이미 확정적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있다. 결국 입학 성적이 이후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득권 확보를 좌우한다. 그러므로 전 국민이 수능 시험에 목을 매는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언지를 알고 그에 합당한 대학과 학과를 정하고 거기에 입학하여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고 이후 사회에 진출하여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람과 성취를 느끼는 것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대학 입학과 그 이후 삶의 자연스런 과정이다. 청년들의 일대 과제가 일과 사랑이 아니겠는가? 당연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 일로 수입을 얻고 살아가는 것은 큰 행복이다. 그러나 우리는 청소년기에 입시 준비로 모든 힘이 소진되고 나서 대학에 가서는 입학 기득권을 넘어서는 성취를 얻기가 쉽지 않은 구조이다. 물론 최근 취업이 어려워짐에 따라 과거의 입학 기득권이 조금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대학 입시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아지자 과거 획일화 되어 단 한번 입학시험으로 한 줄로 서서 대학 서열에 따라 입학하는 병폐를 고치고자 대학 입학 과정을 다양화하였다. 그러나 이미 공고한 대학의 서열에는 전혀 손을 대지 못하고 대학 입학 과정만 고치다 보니, 오히려 단순하게 줄을 서던 시절의 공정한 경쟁 구조에 훼손이 될 뿐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에겐 혼란만 가중시키고 약삭빠른 이들의 눈치 입학만 부추기지 않았나 하는 회의가 든다. 대학 입학 과정은 다양하게 되었다기보다 복잡해졌고 그 빈 틈을 정보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할 것 같다. 항상 넘쳐나던 수험생의 수가 줄기 시작하는 것이다. 출산율의 감소와 인구 구조의 변화에 따라 이제 학생 수가 줄고 대학의 정원이 넘쳐나는 세상이 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젊은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한 사람의 생산성은 국가 사회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원이다. 결국 국가적으로 개별 인적 자원의 생산성은 중요하되 대학은 신입생을 모셔 와야 하는 새로운 현실이 오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물결에 따라 근본적인 입시 구조와 교육 과정의 변화가 오기를 간절하게 기원한다. 방향은 확실하다. 청소년기에 앞으로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다양한 자극과 기회가 주어지고 이후 대학에서 자신의 인생에 대비할 수 있도록 철저한 학습을 통한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대학의 평가는 입시 성적이 아니라 그 대학이 성취하는 것들로 중심이 되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대학 전체의 순위가 아니라 대학의 차별적 특징과 특정 학과의 경쟁력을 중심으로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아무쪼록 미래의 우리 인재들은 시험 한번에 감정의 희비곡선이 갈리지 않고 유연한 과정으로 다양한 기회를 얻는 세상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게 되길 바란다.

기선완 국제성모병원 기획조정실장 정신건강의학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