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의자 유우성(34·사진)씨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 측 핵심 증인의 “유씨가 남한에서 북한 보위부 일을 했다”는 법정 진술이 거짓증언이었으며, 국가정보원이 그 대가로 돈을 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위조한 이른바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과는 별개로,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한 핵심 증언 또한 조작된 것임을 뜻하는 것이어서 사실로 밝혀질 경우 파장이 예상된다.
유씨 1심 재판의 주요 증인으로 나선 탈북자 A(40ㆍ여)씨의 전 남편 B(43)씨는 16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A씨가 유씨 가족에게 앙갚음을 하고 간첩신고 포상금을 받기 위해 허위 진술을 했고, 국정원이 A씨의 증언 및 언론 인터뷰를 대가로 총 2,000만원을 건넸다”고 폭로했다. “술을 마신 유씨의 아버지가 ‘아들이 남한에서 북한 보위부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검찰과 법정에서 진술한 A씨의 말은 꾸며낸 것이라는 얘기다. B씨는 “유씨가 간첩이라는 증거가 없어 고민하던 A씨가 도움을 청해 내가 이 시나리오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B씨에 따르면 한국에 들어오기 전 유씨 아버지와 동거했던 A씨는 유씨 동생 가려(27)씨와의 불화로 유씨 아버지 집을 떠나게 됐고 이에 원한을 품었다. 2011년 입국 당시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유씨에 대한 A씨의 진술은 “유씨가 화교이며 동생도 곧 입국할 것”이라는 정도였다. 합신센터를 나와 결혼을 한 A씨 부부가 유씨 사건에 개입하게 된 것은 2012년 말에서 2013년 초쯤, 국정원 직원 3, 4명이 찾아와 진술서를 받아간 직후였다. 합신센터 진술 내용 등을 다시 써서 넘긴 A씨는 얼마 후 유씨 간첩 사건의 첫 보도를 접하게 됐다. 때마침 합신센터에서 자신을 담당했던 박모 경찰관도 연락을 해 와 “간첩 신고자에게 포상금이 주어진다”고 말해 주자 A씨는 검찰 출두 전날 B씨와 상의해 유씨 아버지 말을 꾸며내기로 했다는 것이다.
B씨는 “A씨는 법정 진술을 꺼렸지만 국정원 측에서 계좌로 800만원을 먼저 입금했다”며 “재판에 나간 후 국정원 직원들이 집 근처로 찾아와 5만원권을 100장씩 묶은 두 뭉치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B씨는 당시 받은 돈 가운데 일부를 미화 1만달러로 바꾼 후 나머지 5만원권과 함께 방안에 깔아 놓고 당시 한 살이었던 부부의 아기 사진을 찍기도 했다.
B씨는 특히, 지난 2월 유씨 간첩사건의 주요 증거가 조작된 것으로 밝혀진 후에도 국정원이 다시 A씨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국정원이 A씨에게 모 언론사 기자를 만나 인터뷰를 할 것을 요구했다”며 “인터뷰 후 국정원 직원 2명이 당시 지방에 있던 나와 A씨를 찾아와 차 안에서 5만원권으로 200만원을 줬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또 A씨로 하여금 브로커를 통해 유씨가 살았던 북한 회령의 주민에게 100만원을 송금한 뒤 연락해 ‘유씨가 어머니의 장례 이후에도 북한에 들어 온 적이 있다’는 진술을 녹취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B씨는 주장했다.
B씨는 “(누명을 쓴) 유씨와 동생의 언론 인터뷰 등을 보고 정말 마음이 많이 아팠다”며 “양심의 가책 때문에 더 숨길 수 없었다”고 뒤늦은 폭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 달 말 유씨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해 용서를 빌었다”고도 했다. B씨는 현재 A씨의 불륜 등을 이유로 결별한 상태이며 아이는 A씨가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 변호인인 김용민 변호사는 “조만간 변호인단이 B씨를 만나 사실 관계를 추가로 알아본 후 A씨에 대한 국가보안법상 무고죄 고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검찰의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A씨의 증언이 조작됐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은 특별히 없었다”며 “국정원과 A씨 사이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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