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또 다시 출제오류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에 이어 이번에도 오류로 판명될 경우 수능의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이의신청 게시판에는 16일 오후 9시 기준 780여건의 글이 올라와 지난해 이의신청 건수(626건)을 이미 넘어섰다. 그 중 절반이 영어 25번과 생명과학Ⅱ 8번 문항에 관한 것이다.
영어 25번은 2006년과 2012년 미국 12~17세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이용 실태에 관한 도표를 주고 틀린 설명을 찾는 문제다. 제시된 답 외에 ‘2006년과 비교할 때 2012년 휴대전화번호 공개율은 18% 증가했다’는 보기도 틀렸다는 게 주된 이의신청 내용이다. 도표에서 공개율은 2006년 2%와 2012년 20%로 18%포인트 증가했기 때문이다. 보기대로 2%에서 18%가 증가했다면 2.36%가 된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퍼센트(%)는 백분율을 나타내는 단위, 퍼센트(%)포인트는 백분율로 나타낸 수치가 이전 수치에 비해 증감한 양을 가리킨다.
지난해 수능에서 세계지리 8번 문항이 오류라는 법원 판결로 곤욕을 치른 평가원은 이번 수능을 앞두고 보안요원 입회한 가운데 출제위원들의 인터넷 검색을 허용하는 등 문항점검을 강화했으나 또 다시 출제오류 논란에 휩싸이면서 스스로 신뢰도를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구로구의 한 영어교사는 “%와 %포인트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라며 “잘못 출제된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평가원 내부에서도 이 같은 이의신청을 인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정정될 가능성이 높다.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대장균의 효소 생성 과정에 대해 물은 과학탐구 생명과학Ⅱ 8번 문항은 보기 해석을 놓고 구설수에 올랐다. 평가원은 ‘젖당이 있을 때 야생형 대장균에게 RNA 중합효소는 조절 유전자에 결합한다’는 보기가 맞다고 봤으나 수험생들은 수능 연계교재인 수능완성 등에 보면 ‘RNA 중합효소가 결합하는 영역은 프로모터’라며 해당 보기가 틀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 한 교수는 “젖당의 유무와 상관없이 RNA 중합효소는 조절 유전자와 결합해 단백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보기만 놓고 보면 평가원의 생각이 맞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영어 25번과 생명과학Ⅱ 8번 문항에 대한 문제제기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17일까지 이의신청을 받은 뒤 이의신청실무위원회 검토와 학회ㆍ전문기관 자문을 거쳐 24일 정답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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