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입주민 열량계 조작 입증 못해
난방비 0원 11가구에 무혐의 처분
배우 김부선(53)씨가 제기한 서울 성동구 옥수동 H아파트의 난방비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열량계 조작 의심을 받은 입주민들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내사 종결했다.
경찰은 그동안 성동구청의 수사의뢰를 받아 이 아파트 536가구 중 2007~2013년 관리비 영수증에 난방비가 두 차례 이상 ‘0원’으로 나온 69가구를 조사한 뒤 그 이유가 소명되지 않은 가구들로 대상을 압축해 수사를 벌여왔다.
조사 결과 69가구 가운데 24가구는 주민이 살지 않았고, 18가구의 열량계는 고장났거나 배터리가 방전된 상태였다. 5가구는 난방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고 11가구는 사기 혐의 공소시효인 7년이 지나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16일 “난방량이 ‘0’인 이유가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11가구는 열량계를 조작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어 형사입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서 열량계 조작 의혹을 받은 11가구는 “관리비 청구서의 총액만 보고 구체적인 내역은 살피지 않아 가구별 난방비가 부과되는지조차 몰랐다” “난방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전에 열량계가 고장 나 교체한 적이 있다” 등 혐의를 부인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 가구가 열량계를 조작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조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열량계 봉인지의 부착ㆍ관리가 부실하고 검침카드나 기관실 근무일지가 제대로 기록되지 않아 혐의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해당 기간 동일면적 평균난방비를 근거로 이들 11가구에 2007~2013년 부과하지 않은 난방비가 총 505만 5,000여원이라고 추산했다. 1가구당 45만 9,000여원꼴이다.
경찰은 대신 해당 기간 관리사무소장을 맡은 이모(54)씨 등 전 관리소장 3명을 난방비를 제대로 부과ㆍ징수하지 않은 혐의(업무상 배임죄)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난방량이 현저히 적게 나온 가구주에게 인터폰으로 묻는 등 형식적으로만 조사하거나 이조차도 하지 않았다. 관리사무소는 이들에게 동일면적 평균난방비를 부과하거나 고장수리 거부ㆍ지체시에는 동일면적 최고난방비를 부과해야 하는데도 20가구 55건의 열량계 고장 가구에 대해 난방비를 부과하지 않거나 평균 난방비에 미달하게 부과했다. 이렇게 다른 가구에 전가된 난방비는 총 344만4,945원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누가, 어떤 방법으로 조작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어 공소제기에 필요한 기본적인 범죄 특정이 곤란해 특정 입주민을 형사입건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다”며 “업무태만으로 난방비 부과ㆍ징수에 대한 해묵은 불신과 주민 갈등을 불러일으킨 관리사무소 측은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어 형사처벌할 방침”이라고 했다.
김부선씨는 “현 체제에서 관리소장은 동대표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을’인데 을만 잡고 나머지 주민들에게는 면죄부를 준 셈“이라며 “동대표들과 관리소장과의 유착관계를 조사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