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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신오쿠보 한인 타운의 생존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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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신오쿠보 한인 타운의 생존 몸부림

입력
2014.11.1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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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내 한류의 성지로 불리던 도쿄 신주쿠구 신오쿠보 한인타운의 위상이 요즘 말이 아니다. 일본 넷우익 세력의 혐한 시위 영향으로 한때 주말에 1만2,000명이나 찾던 3분의 1로 줄면서, 300개가 넘던 이 지역 한인 가게중 50여개 매장이 올 들어 문을 닫았다. 대사관이라는 유명 음식점이 폐업하는 가 하면, 초대형 한류샵 한류백화점이 부도를 내는 등 이 지역을 대표하던 매장들마저 휘청거리자 위기감은 극도로 치닫고 있다.

한국 상인이 떠난 자리는 중화권 상권이 자리를 채우고 있어 자칫 이러다가 한인타운이 차이나타운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주말 한국 상인이 우려하는 현실을 실제로 목격했다. 10여대의 관광버스에서 내린 중국인들이 신오쿠보에 최근 문을 연 면세점에 들러 전기밥솥을 비롯한 일본산 전자제품과 해외 명품을 대거 구입했다. 이 면세점은 지난 달까지 한인타운 인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던 케이플러스라는 3층짜리 한인상가였는데, 줄어든 관광객 탓에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도산했고, 최근 중국인을 겨냥한 매장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신오쿠보 지역 한인들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달 6일 신오쿠보 주변에서 영업중인 한인 식당과 상가 업주 150여명이 사단법인 신주쿠 한국상인연합회를 발족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신오쿠보에 한인타운이 형성된 것은 오래 전 일이지만, 단체까지 결성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지역 위기감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다가는 신오쿠보 한인타운이 절멸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모임을 결성한 계기”라는 오영석 연합회 회장의 말은 이 지역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연합회는 신주쿠 지역 10여개 일본 상인회와 연계, 청소, 소방훈련 등 지역밀착형 서비스를 펼친다는 계획이지만, 내부에서는 전성기 시절의 한류붐을 더 이상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내 최대규모의 재일교포 단체인 민단이 일본과 공생하는 한인 사회를 만들겠다며 한일우호행사를 잇따라 개최하고 있다. 각종 단체에서 일본인을 상대로 한글 발표대회를 열고, 막걸리 시음회를 갖는 등 한일 양국 친선을 도모하는 행사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 역시 일본내 한일관계가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에 불과하다.

현지 한인들도 이런 노력이 찻잔속의 태풍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굳이 이런 행사를 여는 이유는 자신들의 노력을 정치권이 알아줬으면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일본내 한일관계 악화는 우익 단체의 반한 시위와 혐한 출판물 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반면 한일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양국간 정치인의 책임도 크다고 주장하는 이도 적지 않다.

2 012년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양국 국민과 정치권의 감정 골이 깊어졌지만, 정치권에서 누구 하나 나서 해결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치권이 대외국민에 대한 처우에 너무 소홀한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내 한국 교포가 50만명을 넘으며 이중 상당수가 대통령 선거권을 가진 엄연한 유권자임을 잊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들이 당장 정치 세력화할 움직임은 없지만, 한국 정치권의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 한인 사회가 추가로 타격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 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제17차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를 제의한 것에 한인 사회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도 이에 적극 화답하면서 한중일에 이어 한일 양자 정상회담의 실현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다는 사실에 고무된 분위기다.

박 대통령이 이번 발언을 계기로 중일 정상회담 성사로 궁지에 몰린 외교 현안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진정으로 한일 양국관계 진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는 외교를 펼칠 것을 기대해본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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