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후반 군대에서 집단 구타를 당해 소장이 파열됐던 50대 남성이 35년 만에 소송을 통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게 됐다.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 최규홍)는 신모(58)씨가 국가유공자로 인정해 달라며 서울지방보훈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1977년 육군에 입대한 신씨는 “1979년 내무반에서 집단 구타를 당해 소장이 파열됐고 수술까지 받았다”며 2011년 보훈청에 국가유공자 인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보훈청은 “서류상 술을 마시고 넘어져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돼 있고, 구타가 원인이라는 것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며 거부했고, 이에 신씨는 법원에 소송을 냈다.
신씨의 주장에 부합하는 정황은 재판을 통해 비로소 드러났다. 사고 당시 내무반장이었던 이모씨가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뒤늦게 폭로한 것이다. 이씨는 “막걸리 회식 이후 당직 사관이 군기문란을 이유로 중대원 전원을 내무반에 집합시켜 얼차려를 줬다. 신씨가 부당하다고 항의하자 중대원들에게 그를 구타하도록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자신을 포함해 5, 6명의 중대원들이 집단구타를 했고, 신씨가 소장파열로 수술을 받은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한 이씨는 “당시엔 다른 중대원들도 피해를 볼까 봐 ‘술에 취한 신씨가 계단에서 넘어져 다쳤다’고 허위진술했다”고 말했다. 다른 중대원도 이와 비슷한 취지로 법정 증언을 했다.
1심 재판부는 “이미 30여년이 흘러 원고의 주장과 유사한 일부 증언만으로 사건 발생에 원고의 과실이 없었다고 인정하기엔 부족하다”며 원고패소 판결했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비록 오래 전의 일이어서 다소 불명확한 부분은 있으나, 집단구타와 관련해 자신들한테 불리할 만한 내용을 증언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대원들의 증언에 신빙성이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계단에서 넘어져 소장이 파열됐다는 당시 서류는 그 자체만으로도 통상 발생하기 어려운 이례적 내용인 데다, 작성 경위 등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며 신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설사 집단 구타가 있었다 해도 신씨의 항명으로 유발된 점을 고려하면 그의 고의나 과실로 볼 수 있다’는 보훈청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의 언동이 구타를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경위나 내용에 비춰 신씨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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