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안윤모 '나비가 되다' 전
내달 유엔 주관 브뤼셀서 열려
3년전 시작한 국내투어 확대


화가 안윤모는 나비를 모으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비 모양의 종이에 그린 그림 3,000여 점이다. 모두 어린이들이 그렸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미국과 에티오피아의 자폐성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과 한국, 미국, 유럽의 평범한 아이들이 그린 나비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월드 투어 프로젝트-나비가 되다’를 통해 세계 곳곳의 전시장으로 날아가고 있다.
그는 4년 전부터 발달장애 청소년들을 만났다. 자폐성 장애에 대해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발달장애인은 대화를 잘 하지 못할 뿐 보통 사람과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각자 꿈을 꾸고 있어요. 하지만 일할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합니다. 그들에게도 재능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1년부터 미술에 소질이 있는 여섯 명의 발달장애 청소년들을 가르치며 함께 전시를 여는 전국 투어를 시작했다. 이들 중 한 명인 김태영(20)씨와 함께하는 2인 전시 ‘특별한 동행’이 현재 진행 중이다.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관심을 모을 수 있는 국제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자폐성 장애인 문제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과감하게 국제 전시를 시작했어요.”
전국 투어 프로젝트의 일부분으로 활용했던 나비 그림을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다. 사람의 몸에 나비 날개를 단 모양의 백지를 아이들에게 나눠 주고 그 위에 자유롭게 하고 싶은 작업을 하게 했다. “나는 건강해지고 싶다”고 적은 아이도 있고 나비 몸통의 사람과 손을 잡은 친구들을 그린 아이도 있다. 나비는 장애가 있는지, 피부색이 어떤지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며 아이들에게 자신의 꿈을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2013년 한국과 인도네시아,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미국 뉴욕에 이어 12월 9일부터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보자아트센터와 유엔 유럽본부에서 전시한다. 이번 전시를 주관하는 유엔은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 행사와 연계해 유럽 전시를 진행할 계획이다. 안윤모는“브뤼셀 전시가 나비효과로 이어져 세계인들에게 자폐성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동안 작업해온 부엉이를 소재로 한 작품도 계속하고 있다. 서울 정동에서 열고 있는 개인전은 환경운동연합이 기획하고 그가 저자로 참여한 ‘수리부엉이, 사람에게 날아오다’라는 책의 출판 홍보를 겸하고 있다. 자폐성 장애 문제를 다루기 전부터 환경 문제를 자신의 작품 주제로 포함해 온 그는 멸종위기종인 수리부엉이를 사람처럼 그림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친숙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안윤모는 알기 쉬운 작품을 통해 장애인의 인권, 인종적 평등, 환경 보호 등의 가치를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만들고자 한다. 지금도 그는 도서관과 협력해 책을 주제로 한 작품 전시를 구상하고 있다. “장애아들을 만나기 위해 올해 10월 다녀온 에티오피아는 장애인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가난한 처지였다”고 전하는 그가 국제 빈곤 문제에 관한 더 큰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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