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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의 길 위의 이야기] 검은 물

입력
2014.11.1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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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 광고의 콜라는 실제 콜라가 아니다. 더 청량하게 보이기 위해서 물에 희석시키거나 간장에 물을 타서 사용한다고 한다. 햄버거, 피자, 팝콘 등과 함께 즐겨 먹는 이 검은 물은 쉽게 중독 현상을 불러일으킨다. 나도 이 검은 물을 꽤 좋아한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짜릿함이 있고 머리를 맑게 해주는 각성 효과도 있다. 이미지 광고와 시장 공급에 따라 수동적으로 구매하게 되는 면도 많은 것 같다. 콜라 회사들은 시장을 잠식하고 대중 취향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검은 물은 이제 더 이상 청량음료가 아니다. 콜라는 이제 문화다. 속도와 쾌락과 젊음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닮았다.

다른 기호 식품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먹고 사는 일은 죄를 짓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식물의 유전자를 조작하고, 가축을 마구잡이로 사육하며, 영세농과 자영업자를 몰아내고, 소비자를 우롱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안전이 증명되지 않은 식품 첨가물이 아직도 흔히 쓰이고, 새로운 바이러스와 질병으로 생명을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이 거대한 자본의 순환 고리를 쉽게 끊을 수 없다. 이익 창출을 위해서라면 인간은 모든 것을 바꾸려고 드는데 인권과 윤리 같은 건 도무지 먹히지가 않는다. 농담처럼, 먹어야 사는 것이 아니라 안 먹어야 산다는 얘기를 한다. 비단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일이 인간성을 파괴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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