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온 고주파열치료술은
디스크 직접 자극해 결과 더 좋아
불필요한 치료 슬쩍 끼워넣는
일부 병원 과잉진료 문제도 지적
일부 척추관절병원에서 과잉진료 행태가 끊이질 않는다. 수술을 꺼리는 환자들 심리를 교묘히 파고 들어 각종 비수술 요법으로 잇속을 챙기고 있다. 지난달에는 척추 비수술 요법의 민낯이 한 공중파TV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의해 낱낱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평소 요통에 시달리던 직장인 박모(62)씨가 척추 비수술 부조리의 대표적 피해 사례다. 박씨는 등산 뒤 다리에서 뻐근한 통증을 느끼고 척추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제 4-5번 요추 디스크 말기 증상에다 협착이 동반된 상태로 진단됐다. “방치하면 다리 마비가 온다. 수술하면 이내 낫는다”는 의사 권고에 따라 700만 원을 들여 꼬리뼈내시경 레이저치료술과 풍선카테터 신경성형술을 함께 받았다. 하지만 허리와 다리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른 척추병원을 찾아 진료를 다시 받은 결과 이전 병원의 무리한 시술로 디스크가 터져서 흘러 나온 수핵이 요추신경을 압박하고 염증이 심하게 진행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척추 비수술 요법은 신경성형술, 풍선성형술, 고주파열치료술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 치료법은 카테터(가느다란 관), 풍선, 내시경 등 특수 기구를 사용하는 ‘비보험 시술’로 치료비가 비싸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요통 환자 박씨를 재치료 한 문지영(44) 강남초이스병원 원장은 “각종 비수술 요법 중에서도 신경성형술이 과잉진료의 가장 흔한 대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과잉진료의 대표적 수법은 안 받아도 되거나 효과가 없는 불필요한 치료를 권하는 것이다. 예컨대 보통 나이 40-50대에 MRI(자기공명영상촬영) 찍어 보면 대부분에서 어느 정도 디스크가 발견된다. 검사 결과 단순 디스크나 근육통, 요추염좌인데도 카테터가 들어가는 신경성형술을 버젓이 권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카테터가 들어가지 않아 비용이 10분의 1(20만~30만 원)에 불과한 약물주사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는데도 말이다. 신경성형술은 통증이 발생하는 척추 신경 부위에 카테터를 통해 소염제, 국소마취제, 효소제 등을 주입함으로써 통증을 가라앉히고 유착을 풀어주는 치료다.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좁아진 협착증을 치료한다면서 풍선성형술을 남발하기도 한다. 풍선성형술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는 넓힘으로써 유착을 풀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목적이다. 반복된 염증으로 주변 조직이 들러붙은 것이 협착의 원인이라면 이 시술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노화에 따라 척추 뒷쪽 뼈(파셋 조인트)가 커진 경우인데도 이 시술했다면 과잉진료다. 커진 뼈는 수술로써 물리적으로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풍선성형술도 카테터 같은 장비를 이용하는 시술이라 비용이 200만 원이 넘는다. 문 원장은 “신경성형술로는 뼈가 커져 협착이 온 것은 치료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불필요한 치료를 슬쩍 끼워넣는 경우도 있다. 신경성형술을 하면서 풍선성형술이나 고주파열치료를 함께 권해 치료비를 부풀리는 식이다. 문 원장에 따르면 디스크가 많이 튀어나온 경우라면 고주파열치료가 좋은 치료법이다. 일부 병원은 “고주파열치료술 하나만 해서는 불안하고 효과가 떨어진다”라면서 신경성형술을 추가로 권하고 있다.
디스크가 튀어나온 경우 ‘고주파 내시경 치료술’로 고치고 있다고 문 원장은 말했다. 디스크 증상이 말기로 심하거나 디스크가 터져 잘 걷지 못하는 환자가 시술 대상이다. 3mm 크기의 가느다란 집게를 돌출된 디스크를 제자리로 돌려놓은 다음 고주파를 쏴 디스크를 수축ㆍ응고시킨다. 국소마취 하에 10분이면 시술이 끝난다.
비수술 치료 뒤 효과를 봤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사람이 종종 엇갈린다. 문 원장은 작은 시술법의 차이가 크게 다른 치료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초기 고주파 기술은 디스크 수핵의 감압 효과만 있었는데, 최근에 나온 신기술은 튀어나온 디스크 부위를 직접 자극해 주어 결과가 더 좋다”고 했다. 어떤 의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치료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신경성형술에서도 그냥 약만 뿌려 주는 경우도 있고, 좀 더 공을 들여 유착을 함께 풀어주는 의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원장은 일각의 과잉진료 행태에 대해 “점심으로 밥만 먹으면 되는 사람에게 초밥을 함께 먹으라고 강요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수술이 꼭 필요함에도 수술을 꺼리는 환자에게 고가의 비수술을 덤터기 씌우는 것도 질타 대상이다. 예컨대 척추 뼈가 서로 어긋난 전방전위증에서 수술 이외의 뾰족한 방법은 없다. 그런데도 일부 병원은 환자에게 수술을 권해봤자 안 받을 것 같으니까 치료 효과가 없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신경성형술이나 풍선성형술을 권한다. 의사에 대한 불신 풍조와 수술 기피증이 과잉진료를 부르기도 한다. 문 원장은 의사가 바른 말을 해도 “다른 병원 의사는 수술 안해도 된다는데 왜 수술하라고 하느냐”고 따지면서 불신감부터 비친다고 했다.
송강섭기자 ericsong@hk.co.kr
▶ 대한민국처럼 척추 비수술요법이 발달한 나라도 드물다. 꼬리뼈신경성형술, 레이저내시경치료술, 풍선카테터신경성형술, 고주파열치료술 등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신기술이 자고 나면 쏟아진다. 미국에서는 신경성형술을 시술 안 한다. 그냥 주사만 놓고 치료 끝이다.
의사들이 ‘비보험 치료법’ 개발에 매달리는 이유가 기본 수가로는 병원 운영이 안 되기 때문이라는 게 의사들 항변이다. 부조리의 밑바탕에 환자를 등치는 일부 병원의 비뚤어진 상혼과 병원 운영을 위협하는 낮은 건강보험 수가 문제가 동전의 양면처럼 웅크리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과잉진료의 통로로 이용되는 신경성형술, 풍선성형술, 고주파치료술 등 비수술요법이 치료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 척추는 뼈와 신경 등이 그물처럼 얽힌 복잡한 구조다. 신경성형술 등에 쓰이는 카테터는 이런 곳을 의사의 손논림에 따라 자유자재로 휘어 들어가 약물을 환부에 직접 주입하거나 유착을 풀 수 있도록 한다. 문지영 원장은 “그냥 주사만 맞을 때보다 확실히 효과는 좋다”고 말했다. 구태여 안 받아도 되는 사람에게까지 권하고 있어 문제인 것이다.
1988년 ‘뉴클레오 플래스티’라는 비수술 요법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약물로 디스크 녹이는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내 사장 됐다. 보험적용이 되면서 청구비용이 대폭 삭감되자 병원들이 더 이상 시술하지 않은 때문이었다. 최근 과잉진료 논란의 중심에 놓인 신경성형술도 조만간 보험으로 넘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문 원장은 “신경성형술이 보험으로 넘어가면 또 다른 비보험 치료법이 등장할 것이다”라고 했다.
척추 압박골절 시 시술하는 추체풍선성형술도 비현실적 수가의 한 단면으로 거론된다. 척추 압박골절이 오면 뼈가 짜부라들고 극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이에 대한 건보공단의 가이드라인은 ‘3주 동안 누워서 보존적 치료한 다음 괜찮으면 수술하지 말고, 아프면 시술을 하라'는 것. 문제는 환자들이 누워 있으면 괜찮은데 몸을 일으키면 압박이 가해져 극심한 통증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밥 먹고 화장실도 가야 한다. 권고대로 3주 동안 보존요법 뒤 시술한다면 뼈가 굳어 안 펴지는 변형도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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