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어떻게 사느냐에서 중요한 게 마무리다. 예컨대 나이 70줄인 한국과 인도네시아 검찰총장 출신의 두 인사가 같은 날(14일) 뉴스를 탔다. 한 사람은 골프장 회장이 되어 여직원을 성추행 한 의혹으로, 다른 이는 유엔 특별보고관이 돼 북한인권 개선의 전도사로 뉴스메이커가 됐다. 사회 명망가도 마무리 마운드 성적에 따라 존경의 거리가 달라진다. 잘 사는 것만큼, 그 이상 마무리가 중요한 건 인생 축소판인 야구에 그대로 대입된다.
11일 종료된 2014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잇따라 9회 말 2아웃에서 상대팀 마무리 투수(클로저)를 공략해 역전승을 이끌었다. 넥센은 3차전에선 한현희가, 5차전은 손승락이 아웃 카운트 1개를 남겨놓고 승리를 놓친 것. 야구팬에게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박진감 있는 승부로 보이겠으나 마무리에겐 이보다 더 가혹한 운명이 없다.
고독한 마운드에서 숨막히는 압박감을 수백 번 넘기며 ‘수호신’을 운명으로 알고 버텨온 두 마무리 선수가 있다. 한 남자는 19년 동안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라 652세이브라는 미국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고 지난해 구장을 떠났다. 올해부턴 새로운 꿈인 자선 사업가의 마운드에 섰다. 다른 한 남자는 한국 땅이 좁다며 일본까지 건너가 심한 텃세를 극복하며 39세이브를 올렸다. 한국인이 처음으로 거둔 세이브왕이다.
한미(韓美) 끝판대장이 우리를 찾았다. 메이저리그 전설의 클로저인 마리아노 리베라(44)와 한신 타이거즈 소속 오승환(32) 선수가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 방한한 것. 11일 한국을 찾은 리베라를 3일 간 동행취재하고, 오승환을 인터뷰해 그들의 기술과 메시지를 들었다. 리베라와, 한국의 리베라로 불리는 오승환은 공통점이 많다. 무엇보다 투수 생명인 오른팔 부상을 극복하고 왕좌에 오른 둘은 강한 인내력과 정신력의 소유자다. 둘은 어떤 때는 뻔뻔하기조차 한 흔들리지 않는 담대함도 가졌다. 그런 두 사람이 자신들을 키워낸 메시지 3가지로 압축해 ‘세이브’를 원하는 이들에게 던졌다. ‘사소한 일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미래를 보고 반복 준비하며,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져라’는 것이다. 자신에게 엄격했던 리베라는 술도 마시지 않았고, 클럽에도 가지 않았다. 리베라, 오승환이 마운드에 오르면 돌부처처럼 표정 없는 승부사로 돌변하는 것도 이 메시지를 가슴과 손가락에 새긴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어려움이 닥치면 누구나 혼란을 겪기 마련이다. 두 클로저는 “자신을 신뢰해야 한다”는 해법을 내놨다. 리베라는 “만일 준비가 1% 덜 됐다고 생각하며 마운드에 오르면 늘 그 1%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 그래서 생기는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면 그 다음에는 감정이 행동을 컨트롤 한다. 하지만 항시 100% 준비됐다는 마음자세로 임하면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을 염원(desire)하고 돌진해 가라. 그게 자동차 디자인이든 야구든 목표를 정했다면 실패와 상관없이 정진하라”는 말도 남겼다. 오승환도 “부담이라고 생각하면 부담이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부담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며 흔히들 말하는 그의 담력이 실은 자신감임을 밝혔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김지섭기자 onion@hk.co.kr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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