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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에세이] 대입시험 유감

입력
2014.11.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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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시험이라는 게 늘 그렇듯 막상 끝나면 허망하기 쉽다. 그러면서도 거기에 매달리는 건 그게 인생 나머지 거의 전부를 결정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잘못된 믿음이 지난 세기에는 통했다. 그런 프레임의 세계였기 때문이다.

사실 12년간의 모든 공부에 대한 평가가 단 하루에 결정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참 무모하기 그지없고 살벌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도 이게 달라지지 않는다. 교육부장관이 제아무리 바뀌고 교육철학이 어쩌고 해도 입시에 대해서는 백약이 무효고, 해마다 새로운 입시 방식이 발명(?)돼 수험생과 입시지도 교사, 그리고 학부모만 전전긍긍 골탕을 먹는다. 과연 이런 무모한 방식을 21세기에도 계속해야 하는가? 그럴 만한 가치는 있을까?

누구나 제 자식 잘 되기 바란다. 그래서 일찌감치 입시에 대비하고 온갖 정보를 수집하며 보다 나은 교육 기회를 얻기 위해 경제적으로 지원할 대책을 세운다. 그래서 때론 가계가 휘청거리고 가정의 오붓함도 사라진다. 하지만 냉정하게 바라보면 이것만큼 무모한 게임도 없다. 누구나 최상의 결과를 꿈꾼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최상일까? 그리고 반드시 최상의 결과를 얻을까? 또 설령 일차적으로 최상의 결과를 얻는다 하더라도 과연 아이의 삶이 평생 행복할까?

부모들은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일단 좋은 대학을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말하는 이른바 ‘지하철 2호선 대학’에 ‘응시’하려면 적어도 내신 2등급을 받아야 지원 가능하다. 내신 2등급을 받으려면 11% 안에 들어야 한다. 쉬운 게 아니다. 그리고 응시생들이 다 합격한다 해도 대학 시절 내내 원하는 과목이 아니라 쉽고 부담 없다고 여기는 과목들 이수하고 영어 학원 등 취업학원을 다니며 스펙 잘 쌓아도 정작 부모들과 학생들이 바라는 좋은 직장 얻는 비율은 30%를 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12년 동안 죽어라 공부해서 고작 3% 정도만 그런 일자리를 얻는 셈이다. 하지만 그것도 고작해야 잠시 25년쯤 안정적으로 사는 방편일 뿐이다. 그리고 그 3%의 상당 비율은 특목고, 자사고, 강남, 해운대, 대덕 등을 비롯한 몇 개 학군 등에서 절반 이상을 가져가고 나머지를 가지고 전국의 학생들이 경쟁하는 게 현실이다. 이 무모한 확률에 들기 위해서 온 가족이 희생한다. 그러나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들이다. 고작 1.5%의 확률을 위해 청소년기 거의 전부를 쏟아 붓는다. 그러나 결과는 나머지 97%에 속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공부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초등학교 교육부터 달라져야 한다. 무작정 외고 따르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생각하고 묻고 캐는 공부로 바뀌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복을 가르쳐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요즘의 아이들은 100세 시대를 살게 된다. 초등학교 때부터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택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일치하고 그런 일자리를 얻는 것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잘하는 것을 찾아 집중 계발해 그것으로 일자리를 얻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계속 발전시키면, 두 번째 삶에서는 그 좋아하는 것을 잘하게 돼 더 나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삶에서 다시 다른 좋아하는 것을 발전시켜 잘하게 되면 세 번째 삶에서 또 다시 더 나은 일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쌓은 공력을 다음 세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일을 찾음으로써 의미 있는 삶으로 마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행복의 현실적 대안이다.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그런데도 미련을 갖고 매달린다. 그건 미련한 짓이다. 지금의 프레임으로는 행복한 미래의 설계가 어렵다. 그 틀을 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체가 무너진다. 더 늦기 전에 혁신해야 한다. 임계점을 넘었는데도 머뭇거리면 모두가 죽는다. 아이들이 행복하기 위해서, 그리고 미래의 발전을 위해서 이제는 이 틀을 버려야 한다. 그럴 날이 곧 온다. 그때가 되면 더 이상 이런 비정상적 입시도 다 옛말이 될 것이다.

김경집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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