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여덟 번 다시 일어선 자활의 명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여덟 번 다시 일어선 자활의 명인

입력
2014.11.14 20:00
0 0

남편 사업 부도에 뒤이은 시력상실...악전고투 끝 허브농장 대표로 제기

"어려운 이웃과 노하우 나누고 싶어"

오인숙 대표가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1회 전국자활기업대회에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은 뒤 활짝 웃고 있다.
오인숙 대표가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1회 전국자활기업대회에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은 뒤 활짝 웃고 있다.

남편의 잇단 사업 부도, 뇌수막 종양으로 인한 한쪽 시력 상실… 자활을 통해 기업 대표로 거듭난 오인숙(59) ‘허브이야기’ 대표 얘기다. 오 대표는 8일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제1회 전국자활기업대회에서 자활 명인으로 선정돼 장관 표창을 받았다.

평범한 주부였던 오 대표는 1980년대 중반 남편(71)이 부도를 맞으면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어렵게 다시 시작한 두 번째 완구회사와 세 번째 무역업도 잇따라 부도를 맞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0년부터는 몸마저 굳고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체중이 급격히 줄면서 오른쪽 눈이 점점 보이지 않았다. 병원에서 ‘뇌수막 종양’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종양이 자라면서 시신경을 파괴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두 달을 넘기기 어렵다고 했다. 당시 ‘의료 파동’으로 집도할 의사가 구하기 어려운 때였는데 다행히 일정이 순조롭게 이뤄져 수술대에 오를 수 있었다. 수술은 열흘 만에 퇴원할 정도로 성공적이었지만 오른쪽 눈은 영원히 시력을 잃었다. 이후 2005년, 2006년 두 번 재발했을 때는 보험공단 등의 도움으로 고비를 넘겼다.

허브농장은 1차 수술 후 남편의 고향인 강원 원주시로 내려 온 2004년 초석을 닦았다. 당시 귀례리의 한 야산에 전세 400만원짜리 집을 얻어 살면서 마당에 텃밭 형식으로 허브를 길렀는데, 인근 미륵산 등반객들로부터 인기 만점이었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 허브와 허브차, 아로마 테라피 등 허브 관련 공부를 시작했다. 2008년에는 텃밭 농장 ‘허브 이야기’를 열었다.

하지만 시련은 또 찾아왔다. 땅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허브 텃밭을 정리해야 했다. 인근에 다시 조성한 새 허브 텃밭도 경매로 팔려나갔다. 원주시 행구동에 자리잡은 지금은 매장 규모 220여㎡에 농장은 1,000㎡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연 2,00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벌써 4,000여 만원을 돌파했다. 비닐하우스를 설치했고 체험학습 프로그램도 다양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인근 워터파크에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체험존도 마련했다.

내년에는 허브 밭을 더 확보해 농장 규모도 키우고 자활 사업단도 확대할 계획이다. 오 대표는 “실적보다 이웃을 더 돌아보겠다”고 했다. “저만 잘 산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나요. 어려운 이웃이 자활할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된다면 어디든 가서 노하우를 나누겠습니다.”

자활기업대회는 장애인, 혹은 어려운 이웃을 일정비율 이상 근로자로 채용하는 자활기업들의 성과와 사회적 효용성을 평가하는 대회다. 올해는 전국 1,340개 업체에서 2,000여명이 참여했다. 이 중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낸 업체대표를 ‘자활 명인’으로 표창한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