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국익과 이용객 편의 해쳐"
10일내 이의제기 후 소송도 검토
대한항공 "상하이 사고 땐 면허 취소
이번엔 최소 처벌...형평성 어긋나"
14일 국토교통부가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 45일 운항정지 처분을 내리자 당사자인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경쟁자인 대한항공도 이례적으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는 두 회사 사이의 뿌리 깊은 앙금에다 ‘알짜 노선’ 인 해당 노선의 운항 정지에 따라 경제적 이익을 얻고 빼앗기는 상황이 겹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 부처의 오락가락 행정까지 더해지면서 항공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에 상처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10일 안에 이의제기를 한 뒤 그래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면 소송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인천-사이판 운항 정지 처분에 대해서도 아시아나 측은 이의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한항공도 입장 자료를 내고 “국토부 행정심의위원회가 당초 90일에서 45일로 줄인 것은 법에서 정한 감경 폭을 최대한 적용한 것으로 ‘아시아나항공 봐주기’라 납득할 수 없다”며 “현행법 자체가 아시아나항공의 주장이 반영된 편파적인 법”이라며 맞불을 놓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1999년 정부는 대한항공의 화물기(MD-11)가 상하이(上海) 훙차오(虹橋) 공항 인근에서 폭발한 사고 당시에는 공식 조사 결과도 없는 채로 ‘면허 취소’ 처분을 내렸다”며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가장 높은 수위로 처벌한 반면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는 최소 범위로 흉내만 낸 것은 법 적용의 일관성과 형평성을 무시한 조치”라며 비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그 동안 조종사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기체에도 문제가 있었으며 승무원의 헌신적 구호조치로 피해를 최소화한 점을 참작해 운항정지 대신 과태료 부과 처분을 해달라고 국토부에 호소해 왔다. 게다가 지난주 전 세계 주요 항공사를 대표하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국가가 항공사를 처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내용의 서신을 국토부에 보내는 등 아시아나항공을 측면 지원하자 내심 과태료 처분에 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시아나항공이 필사적으로 운항정지를 피하려고 한 것은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이 ‘알짜 노선’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는 대한항공이 샌프란시스코 노선을 운항하다 중단 상태이던 1992년 운항을 시작해 공을 들인 결과 이 노선에서 대한항공보다 더 많은 승객을 태워 나르고 있다.
지난 1∼3월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샌프란시스코 노선 탑승률은 약 80%로 75%인 대한항공보다 5% 포인트 높다. 아시아나항공이 이 노선에서 월 평균 거두는 매출은 100억원 가량임을 감안하면, 45일 운항 정지로 150억원 가까운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더 큰 문제는 45일이든 90일이든 한 번 운항정치가 되면 여행사 등 대형 고객이나 단골 고객의 이탈을 피할 수 없고 이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며 “해당 노선은 환승하는 외국인 승객이 많아 한해 17만명의 이용객 중 70%에 달하기 때문에 대외 이미지가 나빠질 경우 타격이 훨씬 크다”고 걱정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운항정지로 반사이익을 얻게 된다. 당장 국토부가 대한항공의 운항 여객기를 더 큰 것으로 바꾸거나 증편하는 방향으로 운항중지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싱가포르항공, 미 유나이티드항공(UA)도 운항 중이기 때문에 100% 우리 쪽으로 승객이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까지 나서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운항정지 등 엄정한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할 만큼 두 항공사가 대립각을 세운 배경에는 ‘오래된 앙금’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과거 자신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강한 처벌을 원하며 소송까지 냈던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앙금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아시아나로서는 과거 자신들의 반발이 부메랑이 돼 날아온 셈”이라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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