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한중일 3국 정상회담 개최를 전격 제안했다. 13일 미얀마 네피도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3(한ㆍ중ㆍ일) 정상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다. 2008년부터 정례화했던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은 2012년 5월 개최 이후 세 나라 사이의 영토 및 과거사 갈등 심화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3국 정상회담이 박 대통령 제안대로 개최되면 경색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일관계도 양국 수교 50주년을 앞두고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만하다.
최근 일련의 흐름에 비춰 한중일 3국 정상회담 개최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한중일 3국은 이번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까운 시일 내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개최에 의견을 모았다. 좀 어색했지만 중일 정상회담이 열렸고 박 대통령과 아베 일본총리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말대로 한중일 외교장관회의가 열리고, 그 결과를 토대로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댜오)를 둘러싼 중일 갈등, 한일관계의 아킬레스건인 군대위안부 문제 등 난제가 많아 3국 정상회담 개최 전망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무엇보다도 각국의 국민여론 및 정서의 흐름이 큰 변수다. 한중일 3국의 정상들이 자국 내 여론을 감안하지 않고 개인적 의지나 결단만으로 대외관계를 이끌어가기가 어려워진 시대다. 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일본 아베 정부는 즉각 환영을 표시했으나 중국은 이렇다 할 입장표명 없이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것도 자국 내 여론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고 봐야 한다.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차기 의장국은 우리나라 차례다. 회담 개최가 성사된다면 박 대통령이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는 기회다. 최근 제기됐던 동북아 외교에서의 고립 우려 등을 말끔히 떨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한중일 3국의 관계개선과 협력증대는 박 대통령의 주요 외교비전 중 하나인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구체화하는 데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동북아 역학구도가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로 치닫는 것을 완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북한은 어제 정권 2인자로 부상한 최룡해를 김정은의 특사로 러시아에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북러 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동북아 정세에 또 하나의 변수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정세에 박 대통령이 한중일 3국 정상회담 개최 등을 통해 적극 대응해나가는 것은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도의 균형감과 외교적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정세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의 외교역량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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