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ㆍ환율 정책 단호모드로
한은 독립성 실추 비판 벗어나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주요 현안에 보다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는가 하면 금리정책을 둘러싼 과도한 기대엔 명확한 선을 그으며 한층 매파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13일 진행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이 총재의 변화가 감지된 자리였다. 회의 후 가진 정례 기자회견에서 그는 평소의 신중하고 유보적이던 화법에서 벗어나 엔화 약세, 가계부채, 내외금리차 등의 이슈에 뚜렷한 방향성을 갖고 입장을 밝혔다.
그가 이례적이게 강한 어조로 엔저 관련 비관론을 반박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시장 반응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기엔 한계가 있다” “환율은 가격변수이지 정책변수가 아니다” 등 논리도 다각적이었다. 금리를 내렸는데도 설비투자가 부진하다는 지적엔 “투자 활성화엔 경기 불확실성 해소가 더 중요하다”며 금리정책의 한계를 명확히 했다.
이날 금통위가 모처럼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이 총재는 일부 금통위원이 거듭 주장해온 금리인하 단위(0.25%포인트) 축소안에 대해 “시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며 일축하기도 했다.
시장은 한은에 매파적 기류가 강화됐다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특히 이 총재가 14일 시중은행장과 가진 금융협의회에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발언하면서 이런 분위기는 확산되고 있다.
이 총재의 이런 변화는 취임 후 8개월 동안 축적된 자신감의 발로라는 분석 한편으로, 그 동안 쏟아진 독립성 실추 비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의도된 행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의 경기부양 드라이브에 떠밀리듯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던 수세적 상황에서 벗어나 물가ㆍ통화정책 당국으로서 독자적 스탠스를 분명히 할 필요를 느꼈다는 것이다. 마침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국회에서 “한은이 짧은 시간에 연달아 기준금리를 내렸다”며 한 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 총재의 운신 폭이 이전보다 넓어진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