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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책장] 미국판 '칼의 노래' '언브로큰'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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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책장] 미국판 '칼의 노래' '언브로큰' 인기

입력
2014.11.1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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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영화 ‘명량’이 대히트를 친 뒤 출판계에 ‘칼의 노래’ ‘난중일기’ 등 이순신을 소재로 한 책이 다시 주목을 받은 것과 같은 일이 미국에서도 벌어졌다. 바로 ‘언브로큰’(Unbloken)이라는 책이다. 미국 유명 작가 로라 힐렌브랜드가 2010년 내놨는데,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미국 육상 국가대표였으며, 태평양전쟁에서 일본군 포로가 돼 갖은 고생을 한 루이스 잠페리니가 주인공이다. 첫 출간 당시에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는데, 유명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감독으로 변신해 올해 크리스마스에 같은 이름의 영화를 내놓겠다고 발표한 뒤 뉴욕타임스의 도서 집계(11월 2주차)에서 ‘논픽션 부문’1위에 올랐다.

루이스는 이탈리아 이민자 아들로 1917년 태어났다. 캘리포니아주 토랜스에서 자라났는데, 동네를 주름잡는 지독한 말썽꾸러기였다. 다섯 살에 담배를 피우고 애들을 때려주고 맥주를 훔쳤다.

그의 인생 행로를 바꾼 건 형 피트였다. 피트의 권유로 육상을 시작한 잠페리니는 소질을 인정받아 남캘리포니아대에 입학하고 베를린 올림픽에도 참가했다. 올핌픽 5,000m에서 8위에 그쳤지만 마지막 바퀴에서 56초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는 바람에 별도로 그를 만난 아돌프 히틀러로부터 격찬을 받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에는 B-24폭격기 폭격수로 참전한다. 어느 날 적의 포에 맞아 태평양에 추락하고 11명 승무원 중 3명만 살아남는다. 무려 47일이나 표류하다가 일본군 포로가 된다. 이후 일본 패망으로 풀려날 때까지 그는 모진 고문을 당한다. 특히 ‘새’(Bird)라고 부르던 자의 고문은 악질적이었는데, 잠페리니가 올림픽 출전자라는 걸 알고는 더욱 가혹하게 몰아붙였다.

전쟁이 끝나고 귀국해 신시아 애플화이트라는 처녀와 결혼도 했으나 그는 전쟁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밤마다 ‘새’에게 고문당하는 꿈에 시달려야 했다. 어떤 날은 꿈에서 ‘새’의 목을 조르다가 아내의 목을 조르기도 했다. 아내 신시아는 이혼을 결심하지만, 빌리 그레이엄 목사 전도회에 참가한 뒤 마음을 바꾼다.

잠페리니 역시 그레이엄 목사에 감화를 받아 종교적 체험을 한 뒤, 그를 괴롭혔던 모든 이를 용서한다. 잠페리니는 그 후 일본을 방문해 수용소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일본 군인들을 만났고 그 중 몇 명은 기독교로 인도했다.

이 책은 잠페리니의 개인적 기억에만 의존,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받는다. 첫 출간됐을 때 삼성을 일본 기업으로 묘사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독일군에 잡힌 미군은 100명중 1명만 사망한 반면, 일본 포로는 그 비율이 3명중 1명에 달했던 역사를 그대로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졸리가 제국주의 일본의 만행을 드러낸 이 책을 영화 소재로 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힐렌브랜드와 75회 대화를 나눴던 잠페리니는 97세 노령에도 불구, 졸리의 영화제작에도 자문을 했다. 그러나 자신을 소재로 한 영화 개봉을 5개월 앞둔 올해 7월 폐렴으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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