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보다 임팩트 외치는 기자...진위보다 논란 자체만 보도하는 매체
SBS 새 드라마, 언론 민낯 드러내...진실 추구 덕목 되새겨야 할 때
우리에게 기자란 어떤 존재일까. SBS의 새 수목드라마 ‘피노키오’는 언론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기자라는 존재에 대해 질문한다.
주인공 최달포(이종석)는 언론의 피해자다. 119 소방대원으로서 화재 현장에 대원들을 투입했다가 전원 사망케 했다는 누명을 쓰고 사라진 아버지 때문에 그의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최달포는 어머니도 잃고 형과도 헤어진다.
‘피노키오’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드라마는 ‘진실과 거짓말’을 다룬다. 언론이 하는 거짓말은 그저 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집안을 파탄지경에 이르게 한다. 그 피해자인 최달포가 기자가 된다는 건 향후 전개될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그가 사랑하는 여자 최인하(박신혜)가 거짓말을 하면 즉각 티가 나는 ‘피노키오 증후군’을 갖고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최인하는 이 ‘피노키오 증후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결국 ‘진실만을 얘기하는’ 기자라는 직업을 택했다. 하지만 기자가 진실만을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는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최달포네 집안을 파탄지경으로 만든 것은 극중 MSC 방송국의 자극적인 보도였고 최인하의 어머니 송차옥(진경) 기자가 그렇게 보도한 장본인이다.
‘피노키오’가 다루는 언론 문제는 대중문화계에서도 화두다. 최근 일어난 걸 그룹 러블리즈의 서지수 루머 논란이 대표적이다. 서지수가 동성연애를 했고 그 상대를 성폭행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인터넷에 퍼지며 진위와 상관없이 큰 파장을 불렀다. 몇몇 인터넷 매체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보다 논란 자체를 다뤘다. 논란의 양상을 보면 진위보다 중요한 것이 그 사안의 파급력이다. 드라마 ‘피노키오’ 속 송차옥 기자가 말하는 “팩트보다 중요한 것이 임팩트”라는 대사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노홍철의 사례 역시 이 문제와 무관치 않다. 음주운전이 적발돼 ‘무한도전’에서 하차하자 이를 보도한 매체가 함정을 팠다는 식의 음모론(이 매체가 노홍철이 음주 단속에 걸릴 것을 미리 알고 대기했다는 의혹과 불법 주차한 노홍철을 직접 불러냈다는 의혹 등)이 갑자기 등장했다. 이 일은 대중이 언론과 기자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잘 말해주는 사례다. 이 매체는 연예인의 사생활을 찍는 ‘한국형 파파라치’를 표방하고 있다. 누가 누구와 사귀고 있다는 식의 ‘열애설’을 잠복취재로 확인한 뒤 보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홍철 음주운전 기사를 음모론으로 보는 것에는 이 매체에 대한 대중의 양가감정이 들어있다. 보고 싶은 욕망과 이렇게까지 연예인의 사생활을 파헤쳐야 하는가에 대한 불편함. 이 확실치 않은 음모론은 인터넷 매체에 의해 사실 확인 없이 반복 보도됨으로써 기정사실로 유포됐다. 얼마나 ‘임팩트’ 있는가와 기사의 ‘양’이 진위를 가름하는 현실. 이것이 언론의 자화상이다.
소설가 김훈은 최근 인터뷰에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기자 출신인 그는 ‘팩트’를 강조했다. 글에 있어 수사적 표현보다 중요한 게 취재를 통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라는 것이다. 이 말이 언론만 겨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론이 한번쯤 되새겨 볼만 하다. 점점 희미해지는 진실 추구, 이것이야 말로 언론이 다시 세울 덕목이 아닐까.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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