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행보·이슈 선점 단호함에 탈권위·인간적 모습 매력까지
미국의 경영학 교수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경영자로서도 탁월한 자질을 보여주고 있다며 그 핵심 가치 5가지를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 유명 사립대인 보스턴 서퍽대의 제임스 캐럴 교수는 13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기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탁월한 경영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며 교황의 핵심 자질을 소개했다.
우선 ‘새로운 선례 만들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결혼의 정의에 대한 가톨릭 교단의 논란이 거세지자 20쌍을 상대로 혼배성사를 집전했다. 당시 교황은 이들 20쌍에 가톨릭 교단이 금기시해온 혼전 동거커플은 물론 심지어 아이를 낳은 혼전 커플까지 포함하는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또 한 가지는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 교황은 2013년 10월 이탈리아 남부 람페두사 섬에서 배가 전복돼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밀항하던 난민 360명이 숨지자 직접 섬을 방문해 추모 미사를 집전했다. 당시 이 사건을 그리 주목 받지 못했지만 교황의 방문으로 세간의 관심이 커지면서 유럽연합(EU)이 ‘해상 난민 안전경보 시스템’을 만들게까지 됐다.
경영자로서 교황의 또 다른 리더십은 ‘탈권위’다. 가톨릭 교단에서 교황은 논의 없이 곧바로 명령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특히 교황의 명령은 바티칸의 막강한 행정조직 ‘큐리아’를 통해 집행된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복잡한 큐리아를 통하지 않고, 전세계의 다양성을 반영해 자신이 임명한 8명의 고위성직자와 직접 논의하는 방식을 택했다. 기성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논의 구조를 간소화한 것이다.
‘단호함’ 역시 교황 리더십의 특징 중 하나다. 중요한 원칙과 의사를 결정할 때 프란치스코 교황은 물러서지 않는다. 지난 8일 가톨릭내 대표적인 보수파인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을 가톨릭 교회의 최고법원 수장인 교황청 대심원장 자리에서 경질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바티칸 은행에서 부정이 발견되자 추기경 5명 가운데 4명을 갈아치웠다. 아울러 새 교황이 취임하면 막대한 돈을 하사하는 보너스 전통을 처음으로 없애 버렸다. 주변의 반대에도 교황궁이 아닌 기숙사에 살고, 비싼 리무진을 이용하지 않는 것도 이런 자질을 보여준다.
끝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실수를 인정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스스럼없이 보여주는 남다른 면모를 갖췄다. 자신도 과거에 많은 실수를 저질렀고, 급한 의사결정으로 문제를 일으킨 적이 많다고 인정하며 ‘교황은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는 가톨릭 교단의 금언에 종지부를 찍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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