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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스마트폰...시각장애인에게 안성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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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스마트폰...시각장애인에게 안성맞춤

입력
2014.11.1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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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콘텐츠 음성 검색 가능한 앱...직원들 실제 시각장애인 체험해 개발

점자 읽는 시각장애인 20% 불과해...2만여권 녹음한 도서로 편의성 높여

소리책 앱을 개발한 태광 티시스 기술서비스본부 직원 5명이 7일 서울 봉래동 본사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이강일 대리, 진종순 과장, 이정연 사원, 정한길 대리, 최성진 대리.
소리책 앱을 개발한 태광 티시스 기술서비스본부 직원 5명이 7일 서울 봉래동 본사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이강일 대리, 진종순 과장, 이정연 사원, 정한길 대리, 최성진 대리.

시각장애 1급인 오모(33)씨에게 스마트폰은 그 동안 전혀 ‘스마트’하지 못했다. 비장애인들처럼 스마트폰을 들고 이동하면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수도 없었고, 신문을 통해 새로운 소식을 접하거나 온라인 강의를 들을 때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 편리하게 제작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 거의 없었던 데다, 기존에 출시된 앱들도 음성검색 기능이 없어 콘텐츠를 찾으려면 한참을 더듬으며 키보드를 눌러야 했다. 오씨는 “회사까지 지하철을 타고 1시간 넘게 걸리는데 전화통화랑 문자메시지 이외에는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고 토로했다.

태광그룹 정보통신(IT) 계열사 티시스의 기술서비스본부 직원 5명은 오씨와 같은 시각장애인들의 불편함을 전해 듣고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콘텐츠를 음성으로 검색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기로 의기투합 했다.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도서관을 직접 방문하거나 데스크톱 컴퓨터를 이용하지 않아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책과 영화, 음악, 신문, 잡지, 온라인강의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진종순 과장은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넉 달 동안 기술개발에 참여한 이강일 정한길 최성진 대리와 디자인을 맡은 이정연 사원과 앱 개발에 집중했다. 태광그룹은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과 협력해 개발비 1억원을 지원함으로써 ‘소리책 앱’ 탄생에 기여했다.

진 과장을 비롯한 개발자 5명은 기획과 개발과정 단계부터 시각장애인들과 협의하면서 그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눈을 가리고 스마트폰을 이용해보고 지팡이로 이동하는 등 장애인들의 짧은 기간이지만 불편함을 직접 체험했다.

이 같은 체험을 바탕으로 나온 반제품 형태인 ‘베타버전’을 장애인들에게 전해주고 미흡한 기능을 보완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진 과장은 “시각장애인이 사용할 앱인데 비장애인 입장에서 만들어서야 되겠습니까. 음성검색과 2배속 기능이 탑재된 것도 장애인들과의 소통 덕분”이라고 말했다.

음성검색 기능이 추가되면서 그 동안 타자를 쳐서 소리책을 검색해야 했던 시각장애인의 불편함이 크게 해소됐다. 이강일 대리는 “’홍길동’이나 ‘제보자’ 같은 간단한 단어도 타자로 입력하려면 정말 힘들어 합니다. 더구나 전체 시각장애인 가운데 20%만 점자를 읽을 수 있다 보니 점자 검색은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겁니다”라고 전했다.

넉 달간의 작업 끝에 지난달 출시된 소리책 앱에는 시각장애인복지관 내 점자도서관이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녹음도서 2만3,000여권을 비롯해 최신 문화 콘텐츠가 포함됐다. 앱 사용자 기호에 맞게 음성속도를 최대 2배속까지 지원해 장애인들의 편의성을 향상시켰고, 무보수로 목소리를 녹음한 MBC 성우들의 음성도 담겨 있다. 소리책 앱은 스마트폰으로 다운로드를 받은 후 간단한 회원가입 절차만 거치면 시각장애인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소리책 앱을 사용해 본 시각장애인 이모(31)씨는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거나 독서하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지만 시각장애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앱은 거의 없었다”며 “스마트기기의 편리함을 시각장애인도 함께 누리게 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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