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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리해고 요건 강화 시급성 일깨운 쌍용차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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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리해고 요건 강화 시급성 일깨운 쌍용차 판결

입력
2014.11.1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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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153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 소송에서 어제 대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냈다. 2009년 사측이 단행한 대규모 정리해고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써 해고 이후 동료와 가족 25명이 숨지는 비극을 겪으며 2,000일 넘게 투쟁해 온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에의 꿈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대법원은 ‘긴박한 경영상 필요’와 ‘충분한 해고 회피노력’ 등 정리해고의 법적 요건을 엄격히 해석해 노동자들 손을 들어준 항소심과는 정반대의 판단을 내렸다. 당시 쌍용차가 “국제금융위기와 경기불황에 더해 경쟁력 약화, 주력 차종인 SUV 세제혜택 축소 등에서 비롯한 계속적ㆍ구조적 위기”를 겪어 정리해고가 불가피했다고 인정했다. 또 적정 인력규모 등에 대한 경영자의 판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돼야 하며, 사측이 부분휴업, 임금동결, 희망퇴직 등을 통해 나름대로 해고 회피노력을 다했다고 보았다. 논란이 된 2008년 재무제표상 유형자산 손상차손(장부가액과 회수가능가액의 차액)의 과다계상 여부에 대해서도 사측 주장을 받아들여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어제 판결을 두고 쌍용차와 재계는 환호했고, 해고노동자들과 노동계는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하며 지속적 투쟁을 예고했다. 여론의 반응도 엇갈렸다. 법원의 최종 판단은 존중해야 하지만, 같은 사건을 놓고 상ㆍ하급 법원이 내린 정반대의 판단이 두드러졌고, 정리해고의 분명한 요건에 대한 합의된 기준이 없다는 점이 거듭 확인됐기 때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와 해고 회피 노력 등 원칙만 있을 뿐 구체적 요건이 빠져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해고자 선정 기준이나 해고 회피수단 등 세부규정을 두고, 일정 규모 이상의 정리해고는 정부 승인을 받도록 한 것과 대비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정리해고 하기 쉬운 나라 2위로 꼽힌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더욱이 해고 이후의 삶을 지탱해 줄 사회안전망도 취약해 ‘해고는 살인’이라는 말까지 자주 나온다. 그러니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사간의 극한 투쟁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런 악순환을 벗어나려면 당장 근로기준법상의 모호한 기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같은 취지로 근로기준법 개정 권고안을 냈다. 여야도 지난 대선에서 정리해고 요건 강화를 공약했고 관련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으나 재계 반발에 밀려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 사태에서 드러났듯, 소송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여야와 정부는 법 개정과 함께 재취업 지원 등 제도적 보호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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