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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치인이 전하는 혐한 시위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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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치인이 전하는 혐한 시위 실태

입력
2014.11.1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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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한국·조선인을 겨냥해 벌어지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혐오 발언)에 반대하는 일본 정치인, 변호사, 언론인 등이 ‘혐한’(嫌韓) 시위의 심각성을 알리는 책을 펴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하 민단)은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야스다 고이치(安田浩一), 아리타 요시후(有田芳生) 민주당 참의원, 모로오카 야스코(師岡康子) 변호사, 재일 한국인 3세인 긴 노부카쓰(金展克) 4명이 혐한 시위에 관해 쓴 글을 엮어 단행본 ‘헤이트 스피치를 허락하면 안 된다’를 발간했다.

책은 혐한 시위가 재일 한국·조선인에 대한 단순한 모욕을 넘어 당사자에게 흉기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주는 ‘폭력’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는 지난해 3월 오사카(大阪)시 쓰루하시(鶴橋) 주변의 혐한 시위를 취재하며 겪은 일화를 소개한다. 그는 “조선인은 산소가 아까우니 숨 쉬지 마라”, “××× 조선인을 찢어버리고 집을 태워버리자”는 등 증오가 담긴 구호가 난무하는 시위 현장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재일 한국(조선)인 출신 여성 작가와 동행하게 된다.

시위대가 혹시 여성을 공격할까 걱정하던 야스다는 시위가 끝나자 “개인적으로 공격 당하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가 뜻밖의 반응에 맞닥뜨린다. 이 여성은 ‘죽이겠다’는 구호가 결국 자신을 향한 것이었고 비록 지목 당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외침을 듣기만 해도 공격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며 눈물을 쏟았다. 야스다는 “항변조차 할 수 없는 속성을 지닌 중상, 야유, 공격, 공갈”이 헤이트 스피치라며 혐한 시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일본인의 각성을 촉구했다.

야스다는 헤이트 스피치를 주도하는 ‘재일(在日)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이 2007년 발족 당시에는 회원이 약 500명에 불과했으나 7년 만에 30배로 몸집을 키웠다고 전했다.

아리타 의원은 도쿄나 오사카에서는 헤이트 스피치에 대항하는 세력이 나서면서 혐한 시위가 다소 주춤하지만 더욱 추악한 형태의 시위가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홋카이도(北海道)의 한 혐한 시위에서 마이크를 잡은 여성이 폐품 수집 차량의 안내 방송을 가장해 “근처에 불필요한 한국인, 썩은 북한 사람 등이 있으면 신호를 보내달라. 도둑, 매춘부, 스토커, 어떤 조선인도 상관없다. 살아 있어도 괜찮다”고 하는 등 섬뜩한 발언을 내뱉었다고 전했다.

저자들은 헤이트 스피치의 이면에 제도적인 미비점이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아리타 의원은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10년 이상 인종차별 문제 해결을 촉구했으나 일본 정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모로오카 변호사도 헤이트 스피치를 규제하려다 표현의 자유를 해칠 수 있으니 자율 정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이런 방식이 결국 혐한 시위를 내버려둬 소수자의 몸과 마음을 해치고 생활 기반을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로오카 변호사는 캐나다가 헤이트 스피치에 대해 2년 이하의 자유형(징역·금고 등)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일본도 각국의 사례를 참고해 표현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인종차별 행위를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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