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이 대출 통해 유동성 위기를 완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은 잘못"
"부분 휴업·임금 동결 등 실시, 회사 해고회피 노력 다해" 해석도
쌍용자동차 사태 2002일 만에 내려진 대법원의 판결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경영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로 요약된다. 지난 2월 서울고법이 “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하며 정리해고의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해고회피 노력’등을 엄격히 해석한 데 비해, 대법원은 해고 요건들을 보다 폭넓게 봤다.
대법원은 우선 “원심은 쌍용차가 유동성 위기를 겪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대출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완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쌍용차는 정리해고 등 인력구조조정을 마친 2009년 8월 11일에야 산업은행으로부터 1,300억여원을 대출받았는데 구조조정자금으로 사용되도록 용도가 제한됐었다”며 “정리해고 당시 쌍용차가 신규자금을 대출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쌍용차는 담보물권이 설정되지 않은 다수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고 이를 담보로 산업은행으로부터 1,300억원을 대출받았다”며 “당시 유동성 위기를 완화할 수단이 전혀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었다.
대법원은 대량해고의 근거가 된 회계감사보고서가 후속 출시될 차량 매출을 누락하는 등 부실하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회사는 2008년 하반기부터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어 신차 출시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였고, 단종이 계획된 기존 차종은 경쟁력이 약화된 상태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회사의 예상 매출수량 추정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항소심은 “액티언은 2009년에, 카이런 렉스턴 로디우스는 2010년 단종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그 후속으로 생산될 신차의 판매수량을 위 매출 수량 계획에서 전면 배제했다”며 “신 차종 투입 계획을 전제로 수립된 구 차종의 단종시기ㆍ판매량 예측을 그대로 사용해 손실규모를 과다계상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항소심이 해고에 앞서 무급휴직 미실시 등을 이유로 해고회피 노력이 부족했다고 본 것도 배척했다. 대법원은 “회사가 제시한 인원 감축 규모가 비합리적이라거나 자의적이라고 볼 수 없고, 정리해고 이후 무급휴직은 노사간 극심한 대립으로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지자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시행된 것”이라며 “당시 부분 휴업, 임금 동결, 순환휴직, 사내협력업체의 인원축소, 임직원 복지 중단 등의 조치를 실시했으며 당시 경영위기의 성격이나 정도, 사업 내용과 규모 등을 종합해 보면 해고회피 노력을 다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항소심은 “애초 2,646명 정리해고가 노사 합의로 (일부) 무급휴직 조치로 전환된 점 등 이을 감안하면 원래 회사가 상정한 이 사건 인원삭감 규모가 합리적인지 의문”이라며 “정상화될 때까지 무급휴직 등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해고회피조치를 고려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었다. 항소심은 “무급휴직은 판례에 의하여 전형적인 해고회피조치로 인정되며, 노조 등이 이에 동의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회사가 이를 시행하는데 장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해고회피노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고회피 방법은 확정적ㆍ고정적이지 않다”며 무급휴직을 회피노력 기준으로 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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