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쌍용차 정리해고 유효" 부당 판결 내린 원심 파기환송
2000여일 복직 투쟁 물거품, 노조 "노동자들에 대못 판결"
2009년 쌍용자동차 대량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00여일동안 복직을 위해 싸워 온 해고자들은 지난 2월 7일 2심 승소 판결로 일터로 돌아갈 꿈을 꿨지만 이 꿈은 다시 무너져 내렸다. 정리해고의 경영상 필요를 폭넓게 인정해 주는 판례도 변함 없이 유지됐다.
13일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쌍용차 해고노동자 노모(41)씨 등 153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구조조정 당시 쌍용차의 경영위기 상황은 국제금융위기와 경기불황, 경쟁력 약화, 주력 차종인 SUV 세제혜택 축소 등에서 비롯된 구조적 위기에 해당한다”며 “(정리해고를 단행할)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기업 운영에 필요한 인력의 적정 규모 등은 경영자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고회피 노력도 다한 것으로 보았다.
2심과 다른 판결이 나온 주요 쟁점은 2008년 재무제표상 유형자산 손실이 부풀려졌는지 여부였는데 상고심 재판부는 “신차 출시 여부가 불확실했고 단종될 기존 차종은 수익성이 악화해 예상 매출 수량 측정이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항소심은 “기존 차종 단종을 예상하면서도 후속 신차의 판매 수량을 매출 수량 계획에서 배제해 유형자산 손실을 과다계상했다”고 사실상 회계조작을 인정, 정리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했었다.
대법원 판결 후 해고 노동자들은 울음을 터뜨리며 절망을 감추지 못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은 “벼랑 끝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살아왔는데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대못을 박은 판결”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 “살인적 대량해고를 용인한 무책임한 판결”이라며 “관련 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차는 보도자료를 통해 “노동계가 주장했던 기획부도설과 회계조작설 등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도 이번 대법원 판결이 “정리해고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대해 폭넓게 인정한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환영했다.
대량 정리해고로 인한 노사 갈등의 대표적 사례인 쌍용차 사태는 2009년 4월 8일 ‘건국 이래 최대 규모’라는 2,646명 구조조정 계획 발표로 촉발됐다. 노조는 5월 21일부터 77일간 평택공장 점거 파업을 벌이는 등 격렬한 노사 분쟁을 겪었다. 결국 무급휴직 462명, 희망퇴직 353명, 정리해고 165명으로 8월 6일 노사협상이 타결됐다. 이후 노조 간부 등 22명이 구속되고, 노조와 해고 노동자들에게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1심)이 내려지는 등 노동자들에 삶에 끼친 여파가 적지 않았다. 또 2009년 4월 비정규직 오모씨의 자살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5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자살 또는 해고 후유증으로 숨졌다.
2012년 11월에는 한상균 전 지부장 등 3명이 해고자 복직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171일간의 평택공장 앞 송전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였지만 정치적 해결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법적 분쟁도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 쌍용차는 다만 지난해 3월 무급휴직자 454명을 복직시켰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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