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진짜 오랜만이다.” 제법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따져보니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로 연락 한 통 안 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결혼해?” 내가 웃으면서 말하자 친구가 대답했다. “야! 아니야. 그냥 너 잘 사나 궁금해서 전화했지.” “아, 미안. 여유가 없었어. 그래도 크리스토퍼 놀란 소식 접할 때마다 네 생각 했었다.” 내 기억에 친구는 놀란의 영화를 참 좋아했었다. “나를 떠올릴 때 놀란 생각이 나야지, 어째 순서가 좀 이상하다?” “아, 그러네. 생각난 김에 시간 맞춰서 ‘인터스텔라’나 같이 보러 갈까?” 얼마 전 개봉한 놀란의 영화가 떠올라서 말을 건넸다. “내가 요새 부쩍 바빠져서 여유가 없다.”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다가 놀렸다가 북돋웠다가 다시 무너뜨리며 한동안 얘기를 나눴다. 전화를 끊을 때 친구가 말했다. “나중에 여유 있을 때 보자. 영화 말고 너.”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마음이 따듯했다. 최근 일주일 중에서 가장 넉넉한 시간이었다. 여유를 만드는 데는 시간적인 요소, 물질적인 요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가장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바빠도 틈을 자꾸 내서 여유를 만들어야 한다. 소중한 사람에게 전화 거는 여유, 문자 한 통 보내는 여유, 잘 지내냐고 묻는 여유를 기꺼이 부려야 한다. 이처럼 어떤 여유는 생기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날씨가 점점 추워진다. 몸을 빼낼 여유는 없어도 마음을 꺼낼 여유는 단단히 갖춰야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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