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배종혁)는 회계 서류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수억원의 협회 예산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로 김모(63) 전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을 구속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2년 9월쯤 레슬링선수들이 은퇴 후 체육관을 개설할 때 보증금을 지원해 주기 위해 마련한 사업비 5,800여만원을 개인 용도를 사용했는가 하면 그 해 5월 협회 예산으로 아시아레슬링연맹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처럼 허위 회계자료를 만들어 1,000만원의 예산을 빼돌리는 등의 수법으로 2003년 4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약 10년간 11회에 걸쳐 협회 공금 8억2,000여만원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대회 예비비까지 착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빼돌린 돈을 가전제품이나 여행가방, 산삼을 구입하거나 골프를 치는데 사용했다. 김씨는 2001~2011년 협회 부회장, 2011년 9월부터 회장직을 맡아 2013년 1월까지 협회의 예산 편성과 집행 등 업무를 총괄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보조금, 국민체육진흥기금 등을 받는 협회 예산이 연평균 37억원에 이르는 반면 예산ㆍ회계, 감사 등 규정이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고 예산 집행 통제가 허술한 탓에 김씨의 범행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3월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지 않고 잠적, 7개월 동안 도피 생활을 하다 지난달 27일 자수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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