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남서부 돌노실롱스키에주(州) 남부에 위치한 인구 12만명의 바우브지흐시. 체코 국경에서 10㎞ 떨어진 전원마을 풍경의 이 곳에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의 현지 생산공장이 있다. 2012년 9월 완공돼 가동을 시작한 만도 생산공장(부지면적 13만2,085m)은 모든 면에서 비약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서스펜션(현가장치)과 캘리버(제동장치 부품)가 주요 제품인 이 공장의 지난달 중순까지 매출액은 240억원. 올해는 벌써 520억원으로 두 배를 넘었다. 내년에도 60%의 매출액 증가가 예상된다. 매출 급증으로 근로자 수도 250명에서 내년에 두 배로 늘어나게 된다.
반면 1990년 말 지정된 특별경제구역의 파격적 혜택으로 2020년까지 법인세 부담은 없다. 현지 인력 고용률 기준인 85%를 맞춰 향후 5년 폴란드 정부로부터 수십 억원도 돌려받는다.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유치 기조를 원군 삼아 바우브지흐시는 만도가 공사 착수 1년 만에 공장을 준공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바우브지흐시는 다른 국가와 달리 이미 성토가 종료된 공장 부지를 제공해 만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공장 건립 과정에서 공기 지연 요인인 인허가 등도 가급적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처리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바우브지흐시의 노력으로 주민 12만명 중 1만여명이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는 기회를 얻었다.

1989년 냉전 붕괴 후 공산주의에서 과감하게 시장경제로 변화를 모색해 온 폴란드가 적극적인 외국인투자 유치의 모범국으로 떠오르며 유럽의 성장 엔진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폴란드의 경제 성장은 국내총생산(GDP)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제성장률은 18.6%로 EU 가입국 중 최고다. 같은 기간 유럽 대부분 국가가 마이너스나 6% 내외 저성장에 그쳤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폴란드를 전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뛰어난 투자국으로 꼽고 있다.
폴란드는 ▦저렴하고 성실하면서도 숙련된 노동력 ▦유럽연합(EU) 시장으로의 뛰어난 접근성 ▦서유럽 수준의 안정적 사회 제도 등으로 외국인 투자가 쇄도하고 있다. 스와보미르 마이만 폴란드투자청장은 “경제개혁 초기 화폐 가치가 50% 급락하고 실업률이 20%까지 치솟는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꾸준한 체질 변화 노력을 한 덕분에 EU 가입(2004년) 후 수출은 2.5배, 1인당 국민소득은 1.8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인건비와 기업 대 기업(B2B) 위주의 외국인 자본투자 유치에 의한 경제성장 방식은 한계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면서 폴란드 정부는 성장 궤도 수정을 꾀하고 있다. 폴란드 현지에서 만난 경제학자와 기업인들은 이구동성이었다. 즉 정보통신(IT)을 비롯한 혁신산업을 주력 산업으로 낙점 짓고 인구 3,800만명의 내수 시장 확대를 위해 국내 대기업ㆍ강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페트리샤 베냑 폴란드중앙은행 선임연구원은 “향후 외국인 투자 유치는 혁신형 투자유치가 필요하다”며 “혁신 기업 육성 차원에서 뛰어난 인력을 보유한 기술대학과 지방정부 간 협력의 맹아가 싹트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위토울드 오로브스커 바르샤바기술대 총장은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려면 과감하게 성장 모델 변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효율성이 낮은 공공기관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르샤바ㆍ바우브지흐=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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