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까지 했지만 불명예 기록만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는 야구의 넥센과 비교되는 팀이다. 든든한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팀들이 1년 예산으로 많게는 70억원을 쓸 때 전자랜드는 10억~20억원으로 버텼다. 몇 년 전엔 그것마저도 어려워 한국프로농구연맹(KBL)으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했으며 구단 매각설도 나왔다.
그런 악전고투 속에서도 전자랜드의 자부심은 유도훈(47) 감독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부끄럽지 않은 성적을 꾸준히 낸 것이었다. 2009~10시즌 중반 전자랜드 지휘봉을 잡고 사령탑 데뷔를 한 유 감독은 지난해 4년 재계약에 성공, 롱런하고 있다. 유 감독은 자신의 현역 시절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끈끈한 농구를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팀 사정상 대형 자유계약선수(FA)를 잡을 수 없고, 승리 수당을 화끈하게 나눠줄 수도 없지만 선수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밑천으로 한 유 감독의 리더십이 지금의 전자랜드를 만들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유 감독과 전자랜드는 올 시즌 초반 최대 고비를 맞았다. 9연패다. 12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홈 경기에서 73-86으로 패해 시즌 최다 연패 팀의 불명예 기록을 새로 썼다. 나란히 8연패 중이던 부산 KT가 이날 연패에서 탈출했기 때문이다.
백약이 무효라 더 안타깝다. 유 감독은 연패 기간 선수들과 대화도 많이 나눴고, 6연패 후인 6일 창원 LG전엔 전원이 삭발을 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9연패를 당한 12일엔 3,682명의 관중만이 찾아 멀어진 팬심까지 반영했다.
유 감독은 “감독으로서 미안하고 내가 잘못된 부분이 많다”면서 “팬들에게 죄송스럽지만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한 농구인은 “전자랜드는 쉽게 무너지는 팀이 아니다. 연패만 탈출하면 반등의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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