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타결·APEC 이후 한 발 더 외교·안보 분야로 협력 확대 분위기
美와의 북핵 공조 외 성과 없어 불편한 심기 반영 분석도 나와
박근혜 대통령이 10, 1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미국, 중국과 각각 양자회담을 한 이후 양국 사이 균형 잡기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중국과는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등으로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더욱 밀착된 반면, 미국과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가열될 수록 한국 정부는 더욱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밀착’
10일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실질적으로 타결되면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인 한중 관계가 경제를 매개로 더욱 밀접해지게 됐다. 박 대통령이 11일 중국이 주도하는 아태 자유무역지대(FTAAP) 로드맵을 적극 지지한다고 선언한 것도 결과적으로 중국에 한 발 더 다가선 모양새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12일“중국은 한국이 미국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 협상을 진행하고 중국이 설립을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가입을 유보하면서 미국에 경도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다소 섭섭해 했는데, 이를 해소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한국에 최대의 친밀감으로 화답했다. 박 대통령이 11일 APEC 정상회의 선도발언에서 FTAAP 지지 입장을 밝히자 시 주석이 “한국은 APEC 회원국 간 (FTAAP 관련) 협상 역량 격차 해소를 위한 사업의 개척자이자 챔피언”이라고 평가하고 “중국도 규제개혁을 비롯해 한국 같은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청와대가 12일 소개했다.
한중 간 경제협력은 외교ㆍ안보 분야로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양국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대표로 참가하는 고위급 외교·안보 대화를 연내 실시할 방침인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양측 간 연내 개최의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양국은 또 조태용 외교부 1차관과 장예쑤이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수석대표를 맡는 차관급 전략대화도 연내 한국에서 열어 한반도 정세 외에 지역, 국제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는 제2차 한중 인문교류 공동위원회가 열린다.
미국과는 공조 재확인
미ㆍ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중 밀착이 한미 관계에선 부담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대응에 대한 공조 원칙을 재확인한 것 외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해 한미 관계가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11일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잡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우왕좌왕하고 회담 형식이 조촐하게 결정된 데는 한국이 경제 분야에서 중국에 경도되는 것에 대한 미국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안보 협력은 미국, 경제 협력은 중국’이라는 현정부의 기조에 불만을 표해 왔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한미 양국은 당초부터 편안한 형식의 풀 어사이드 회담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APEC 기간 네 차례 만나 통역만 대동한 채 수시로 협의했다는 것은 두 정상의 신뢰와 친분 관계가 돈독하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한미동맹과 한중관계 사이에서 한국이 택해 온 전략적 모호성이 선택의 기로에 놓인 측면이 있다”며 “우리가 미중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양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국의 선택을 양국이 인정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국민적 공감대를 사전에 확보해 후폭풍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네피도=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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