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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서 극찬해야 눈길...우리 것에 자부심 가져야

입력
2014.11.12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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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기둥·순정효황후 거처 옮겨와...발품 팔아 산 고가구 채워 전시

G20정상회의 땐 영부인들 필수코스..."300년 주기 문예부흥 기회 곧 올 것"

정미숙 관장이 6일 박물관 사대부 채에서 사방 탁자와 3층 탁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관장은 “노인네 얼굴 보다는 한국의 얼이 담긴 가구가 더 조명 받아야 한다”며 자신의 정면 사진을 사양했다.
정미숙 관장이 6일 박물관 사대부 채에서 사방 탁자와 3층 탁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관장은 “노인네 얼굴 보다는 한국의 얼이 담긴 가구가 더 조명 받아야 한다”며 자신의 정면 사진을 사양했다.

서울 성북구의 한국가구박물관. 지난 6일 대문을 들어서니 단아하면서 당당한 모습의 궁채가 눈에 들어왔다. 1970년대 창경궁 일부가 헐릴 때 가져온 기둥과 기와를 살려 재건축한 것이다. 조선시대 왕이 드나들었던 ‘불로문(不老門)’을 지나자 곳간채, 부엌채, 사대부채가 이어졌다. 한 집안의 경제력을 가늠할 수 있는 곳간채는 명성황후의 사촌 오라버니가 살던 마포 집 곳간이 헐리기 전 가져온 것이고, 사대부집은 순정효황후가 살던 집을 옮겨왔다.

정미숙(67) 관장이 1995년부터 한채 한채 조각보 깁듯 한옥을 늘린 뒤 그 안에 가구를 채워 전시했는데, 지금 형태를 갖추기까지 15년이 걸렸다.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영부인들을 상대로 ‘내조 외교’를 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가 박근혜 대통령과 이곳을 찾는 등 우리문화 알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구박물관의 전시형태도 특별하다. 보통 박물관들은 전시물들을 유리장 속에 ‘가두고’ 주위를 어둡게 한 뒤 조명을 밝게 해 전시물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가구박물관은 관람자들이 만져보고 들여다 보며 냄새 맡을 수 있도록 반쯤 개방해 놨다. 조명도 은은하게 주변과 어울리게 해 인위적인 요소를 최대한 없앴다.

미국 유학시절 외국 학생들이 한국인의 의식주를 궁금해 한다는 걸 알고 가구 수집을 생각했다. 귀국 후 여윳돈이 생기면 인사동에 가 가구를 하나하나 모았다. “그때만 해도 값이 정말 쌌고 ‘젊은 아가씨가 기특하다’며 거저 주시는 상인도 있었죠. 이사 가는 집에서 버린 가구들을 주워오기도 했고요.” 이렇게 모은 가구가 뒤주, 탁자, 소반 등 목가구 2,500여점이다. 이 중 500여 점이 순차적으로 박물관에 전시된다.

최근 L사, G사 등 세계 유명 브랜드 디자이너들이 이곳을 방문한 뒤 극찬한 전시품들이 재조명 받고 있지만 정 관장은 오히려 “안타깝다”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 것에 별 관심을 안 두다 외국 디자이너가 극찬했다고 하면 그제서야 관심을 가져요. 우리 문화가 얼마나 대단한지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하나하나 마음 쓰이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 중에서도 “사대부 채에 전시돼 있는 3층 탁자를 가장 아낀다”고 했다. 친정 어머니가 물려준 가구이기도 하고 탁자 자체가 소탈하면서도 기품이 있다. 탁자의 폭과 벽의 길이, 천정의 높이 등 집과 가구의 비례가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이 예술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는 자개, 자수, 민화 등 우리나라 고유 문화 기술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데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가구 박물관에서 명인들의 특별전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자개명인 몽휴(夢休) 김걸 선생의 특별전이 진행 중이다.

그는 ‘제3의 문예부흥’을 꿈꾸고 있다. “300년에 한번씩 문예 부흥이 오는데 15세기 세종, 18세기 초ㆍ중반 영ㆍ정조 시대가 그랬다”고 했다. 이렇게 따지면 오래지 않아 문화부흥의 기회가 오는데 가구 박물관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서울시, 성북구 등과 함께 가구박물관 일대를 박물관 집적지역(Museum Village)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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