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고용보조지표 적용해 보니 사실상 실업상태 287만명 달해
취업준비생, 아르바이트생, 경력단절여성 등 사실상 실업 상태에 놓인 이들까지 포함하는 우리나라의 체감 실업률이 1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3%대에 머물고 있는 공식 실업률의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실업률 통계가 우리나라의 실제 고용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가 처음으로 내놓은 보조지표 결과인데 우리나라 고용 현실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통계청은 12일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서 지난달 공식 실업률은 3.2%지만 ‘고용보조지표’상으로는 10.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날 처음 발표된 고용보조지표는 지난해 10월 국제노동기구(ILO)가 마련한 새로운 고용관련 국제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최초로 적용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관련기사 19면
지금까지 공식 실업자로 분류되는 이들은 15세 이상 인구 중에서 ▦조사대상 주간에 수입 있는 일을 하지 않았고 ▦4주간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했고 ▦일자리가 생기면 즉시 취업이 가능한 등의 3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했다. 사회통념상 사실상 실업자나 다름 없지만 정부 통계에서는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 이들이 상당수이고, 이에 따라 실업률이 체감에 비해 현저히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비등했다.
통계청이 이날 내놓은 ‘고용보조지표’는 이런 문제점을 보완해 ▦아르바이트생 등 주 36시간 미만 근로자 중 추가 취업 가능자 ▦취업준비생 등 4주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잠재구직자 ▦구직활동을 했지만 육아 때문에 당장 일을 할 수 없는 주부 등 잠재취업가능자 등을 모두 광의의 실업자로 분류했다. 10월 기준으로 추가 취업 가능자는 31만3,000명, 잠재구직자는 166만1,000명, 그리고 잠재취업희망자는 4만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공식 실업자 85만8,000명을 더하면 사실상 실업 상태에 놓인 이들이 287만5,000명으로 300만명에 육박한다. 경제활동인구에 그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온 잠재구직자와 잠재취업희망자를 더한 ‘확장경제활동인구‘에서 이들 사실상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하면 지난 달 10.1%가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대학 졸업 후 장기간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인력인 잠재구직자가 체감 실업률을 높이는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심원보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맞춤형 고용 정책 개발에 유용한 참고자료일 뿐 국제적인 공식지표인 실업률과 명백히 구분해야 한다”면서도 “높은 대학진학률, 취업 전 경력(스펙) 쌓기 등 취업준비기간 장기화와 출산 육아 등에 따른 경력단절로 일을 희망하지만 노동시장에 복귀하지 못하는 여성이 많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