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 장애·레오파드 증후군 앓는 예지양 가족 일상 담은 다큐멘터리
이승준 감독 作 '달에 부는 바람' 이달 암스테르담 영화제에 초청돼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김예지(19ㆍ인천혜광학교 고등부1년)양과 그 가족의 일상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가 국제 영화제에 출품된다. 영화는 오로지 혼자 힘으로 일어서야 하는 장애인 가족의 애환을 오롯이 담아 심금을 울린다.
이승준 감독은 예지양과 어머니 김미영(47)씨가 표정과 몸짓으로 소통하는 일상을 담은 ‘달에 부는 바람’이 29일 개막하는 암스테르담 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예지양처럼 시청각 중복 장애를 지닌 부부의 삶을 그린 ‘달팽이의 별’로 2011년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장편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감독은 “예지양 어머니는 표정 등을 통해 예지양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읽으려고 노력하더라”며 “비언어적인 것이 오해를 살 수 있는 말보다 더 정확하고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예지양은 시각장애 1급, 청각장애 2급이다. 예지양은 서너 살 때 레오파드(LEOPARD)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얼굴에 검은 반점이 나타나고 시력이나 청력, 심장 등에 이상이 생기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그렇게 예지양은 빛과 소리가 없는 채로 자랐다. 그래서 예지양에게는 손으로 만지고 냄새를 맡는 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예지양의 짧지 않은 삶은 기다림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병원 치료 때문에 일상생활 적응력을 키우는 조기교육 시기를 놓쳤고 입학도 3년이 늦었다. 예지양은 10살이 돼서야 특수학교에 입학했다. 예지양은 현재 인천혜광학교 고등부 1학년이다.
아버지 김좌엽(61)씨는 “학령기가 돼 학교와 교육부, 복지를 쫓아다녀봤지만 ‘가까운 특수학교를 알아보라’는 답만 들었다”며 “학교에서도 ‘나이가 많다’ ‘학기가 이미 시작됐다’며 거절했고 10살이 돼서야 아이를 맡겠다는 학교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예지양 부모에게는 바람이 하나 밖에 없다. 예지양이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과 어디가 아픈지, 무엇이 먹고 싶은지 기본적인 생각 만이라도 소통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시청각 중복 장애인은 손바닥에 점자를 적는 등의 방법으로 대화할 수 있지만 전문교육과 통역을 할 수 있는 점자사용자가 필요하다.
어머니 김씨는 “헬렌 켈러 곁에 앤 설리번 선생이 있었던 것처럼 예지도 전문가 도움을 받아 기초적인 신변 처리만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발달이 늦고 자기 중심적인 예지에게 우리가 없으면 누가 나서서 도와주겠나”고 말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2008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와 보건복지부에 시청각 중복 장애 아동들에 대한 실태조사와 교육정책 수립, 전문교사 양성 등을 권고했지만 전국의 시청각 중복 장애인은 5,000~6,000명 정도로 추정될 뿐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안되고 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