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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알리바바은행, 뱅카, 창조금융

입력
2014.11.1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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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체에 은행업까지 허용한 중국

우리는 금융ㆍIT융복합화에 소극적

금산분리 예외적용 등 적극 대처해야

“알리페이(Alipay)를 중국증시에 상장하겠다.” 11일 세계 최대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는 중국의 알리바바는 대박을 터트렸다. 금융과 통신, 전자상거래 분야의 개방을 포함한 한중FTA 타결이 발표된 다음날이다. 독신자의 날로 불리는 광군제(光棍節ㆍ11월11일) 반값 할인행사 덕분이었다. 이날 한국 등 전세계 170여개국 네티즌들은 알리바바의 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를 통해 사상 최대인 571억위안(약 10조원)어치의 물품을 구입했다. 이에 고무된 듯 올해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상장을 성공시킨 마윈 회장은 무대를 중국으로 옮겨 제2탄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알리페이는 2004년 알리바바가 미국 이베이를 벤치마킹 해 구축한 전자결제시스템이다. 중국에서만 고객이 8억명이 넘는다. 온ㆍ오프라인 결제 및 송금 서비스뿐 아니라, 금융상품까지 개발해 내놓고 있다. 지난해 6월 출시한 머니마켓펀드(MMF)와 유사한 온라인 상품 ‘위어바오’는 1년 만에 5,740억위안(약 98조원)의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며 돌풍을 일으켰다.

놀라운 건 이런 IT업체를 대하는 중국 당국의 태도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2월 “금융 선진화를 위해 인터넷금융을 더욱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에는 10개 민영은행 시범사업자에 인터넷 업체인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포함시켰다. 한국으로 치면 네이버나 다음카카오에 은행업 진출을 허용한 격이다. 알리바바는 내년 3월 민영은행을 개점한다.

사실 IT업체의 금융 진출 내지는 금융의 IT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현금과 신용카드를 쓰던 사용자들이 상품검색부터 결제까지 모든 것을 스마트폰 하나로 손쉽게 해결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구글과 애플도 모바일 결제 등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IT강국이라는 한국은 미국은 물론 중국에 비해서도 한참 뒤져있다. ‘천송이 코트’ 논란에서 보듯 각종 규제로 온라인 결제시스템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정부도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올 들어 전자결제 시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를 폐지했다.

다음카카오가 11일 송금서비스 뱅크월렛카카오(뱅카)를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도 이런 분위기가 일조했다. 이 서비스는 기존의 은행계좌와 연계된 가상의 전자지갑에 최대 50만원을 충전해 놓고 한번에 최대 10만원까지 카톡 친구에게 보낼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이통사들과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송금 및 결제서비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대응이 여전히 매우 미온적이라는 점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최근 국회 답변을 통해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할 단계가 됐다”고 밝히면서도,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 대표적이다. 재벌 등 산업자본 오너들이 은행을 소유하면 이를 사금고화 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중국에 비해 너무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한중FTA가 발효되면 중국 IT공룡들이 국내 금융서비스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들이 글로벌화한 플랫폼을 앞세워 전자상거래, 게임, 금융시장에까지 밀려드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더구나 인터넷금융에선 기존 금융권보다 많은 가입자를 보유한 플랫폼을 지닌 IT업체들이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새로운 흐름에서 뒤처진다면 우리 국민들은 알리페이를 통해 식사하고 쇼핑하고 여행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현 정부 들어 강조하는, 창조경제를 뒷받침하는 창조금융은 은행들을 다그쳐 중소 벤처기업들에게 기술신용을 제공하는 수준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시대흐름을 반영해 금융자체의 혁신도 포함되어야 마땅하다. DJ정부 시절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라는 구호로 인터넷강국의 기반을 다졌듯 ‘금융은 뒤졌지만 모바일금융 빅뱅은 주도하자’는 슬로건이 필요하다. IT 분야에 대한 금산분리 예외 적용 등을 포함해 금융당국이 문제를 제기하고, 여론을 선도해 금융에서의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지금 모바일금융 빅뱅은 어쩌면 1897년 한성은행 설립 이후 110년 넘게 이어져온 전통적 금융업이 환골탈퇴하는 대사건일 수 있다.

박진용 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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