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달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것이 쉬워서가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이는 우리의 모든 역량과 기술을 한데 모아 가늠해보는 일이 될 것입니다.” 1962년 9월 11일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휴스턴 국제공항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전년 5월 ‘아폴로 계획’을 선언한 이후 끊임없이 고개를 든 회의론을 씻기 위함이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 내부에서조차 기술적 난점이 거론되던 때였다.
▦ 50년이 지난 2012년 12월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TV토론에서 “2020년에 달에 태극기가 펄럭이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우주개발 중장기 기본계획’의 핵심인 ‘2020년 무인 달 탐사선 발사’의 출발점이다. 노무현 정부의 ‘우주개발 세부실천 로드맵’(2007년)과 이명박 정부의 ‘제2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2011년)을 거쳐 각각 2023년, 2025년으로 잡힌 달 궤도선과 착륙선 발사를 한꺼번에 2020년으로 앞당겼다. 시간 단축의 기술적 이유가 불분명해 의문이 잇따른다.
▦ 체질적으로 우주개발에 비판적이기 쉬운 야당이 앞장섰다. 최근의 ‘400억원 쪽지 예산’ 논란은 박 대통령의 공약을 어설프게 뒷받침하려는 정부ㆍ여당의 행태가 우선 문제였다. 그러나 “예비타당성을 조사한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이 위험요소가 많으니 서두르지 말라고 했다”는 지적처럼, 2020년 달 탐사 계획에 대한 근본적 회의가 짙게 깔려있다. 올 국감에서도 야당은 객관적 과학기술 수준이나 구체적 실익을 따지며 ‘2020년 달 탐사’ 계획을 견제했다.
▦ 정부의 대답은 늘 같다. NASA와의 협력 성사로 기술적 난점 극복이 가능하고, 달은 희토류를 비롯한 자원의 보고이고, 연관 민간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기대된다는 등이다. 우주개발 선진국들이 저마다 야심적 우주탐사 계획을 다투는 지금이라도 적극적 우주탐사에 나서지 않으면 영원히 우주개발 후진국으로 남으리란 우려도 거론한다. 그런데 아폴로 계획은 상처받은 미국의 자존심을 어루만지려는 동기가 작용했다. 지금 우리에게도 허용될 만한 동기다. ‘벨라 루나(Bella Lunaㆍ아름다운 달)’라는 제이슨 므라즈의 노래처럼 여전히 아름답고 신비한 달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라면 지나친 사치겠지만.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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