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축구 인생에서 이런 날이..."
이동국 "별 3개 단 유니폼 행복해"
최강희 감독 "계속 같이 하고픈 선수"
“(이)동국이가 주장으로 팀을 잘 이끌어왔기 때문에 MVP를 받아야 한다.”(김남일)
“첫 우승을 경험한 (김)남일이 형이 받아야 하지 않겠나.”(이동국)
전북 현대의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우승을 이끈 베테랑 듀오 이동국(35)과 김남일(37)이 서로를 치켜세웠다. 이동국은 12일 전북 완주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팀이 우승을 하기 위해서 모든 선수들의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면서 “굳이 한 명을 MVP 후보로 꼽자면 남일이 형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김남일은 “당연히 내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농담을 던진 뒤 “나는 선수들이 차려준 밥상을 먹는 느낌이다. 동국이가 팀을 잘 이끌어온 만큼 MVP 자격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2009년 전북 유니폼을 입은 이동국은 2009년과 2011년에 이어 올해까지 전북 입단 이후에만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 전북으로 이적한 김남일은 K리그에서 처음 우승하는 기쁨을 누렸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지도자로 같은 팀에서 해보고 싶은 선수들이 있는데 (이들)두 명이 그렇다. 장기 레이스를 하는 동안 큰 역할을 해줬다”며 “경기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계속 같이 하고 싶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 이동국-김남일, 첫 인상은 어땠을까
이동국과 김남일은 서로 처음 만났던 시기를 다르게 생각했다. 이동국은 “형은 모르겠지만 포항제철중 1학년 때 부평중 3학년이던 형의 경기 모습을 지켜봤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선수들과 붙어도 될 정도로 덩치가 컸다. 우리 팀은 공 한번 못 차고 대패했다. 오랫동안 봤는데 그 모습은 지금도 변함 없다. 키도 중학교 때 그대로다”라며 웃었다.
반면 김남일은 “한양대 시절 동국이가 프로 팀(포항)에 있을 당시 연습 경기를 한번 했다. 나이가 어린 걸로 알고 있었고, 어떤 선수인줄 잘 알았다. 동국이가 수비하던 나를 등지고 공을 가슴 트래핑 하는데 공이 안 보여 어리둥절했다. 체격이 좋았다는 뜻이다”고 기억했다. 잠시 어리둥절해 하던 이동국은 “공이 안 보인다 길래 무슨 말인지 궁금했다. 그런 기술이 있다면 지금 다시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 서로가 인정하는 장점은
이동국과 김남일은 대표팀 시절 호흡을 오래 맞췄지만 프로 팀에서는 올해 전북에서 처음 한솥밥을 먹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다시 만난 이들은 서로 달라진 것 없이 예전 그 모습 그대로라고 강조했다.
이동국은 “9월 경남전에서 남일이 형이 골을 넣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10년 만에 봤다. 골 감각이 살아났구나 싶었다. 몸 관리는 상당히 잘하는 것 같다. 시야나 팀 밸런스 조절 능력은 두말할 필요 없고, 골 결정력까지 갖춘 새로운 선수가 다시 태어났기 때문에 40세 이상까지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말을 들은 김남일은 “동국이가 골 얘기를 하면 날 놀리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가도 나빠진다”고 웃어 보였다.
그는 이동국에 대해 “여전히 건방지고 자신감 넘친다. 달라진 건 자녀가 5명뿐이라는 것이다. 대표팀에 있을 때도 해결해줄 상황이면 해결해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믿음이 많이 가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 올 시즌 행복 지수는 100
김남일은 2000년 전남 드래곤즈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뒤 14년 만에 첫 우승을 경험했다. 그는 “올해 행복 지수는 100”이라며 “매 순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축구 인생에 있어 이런 날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은퇴를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지금 심정이 그렇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니폼에 세 번째 별을 새기게 된 이동국은 “15일 포항과의 경기에서 시상식까지 끝나고 나면 행복 지수가 100이 될 것 같고,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 횟수를 의미하는) 별이 3개 달린 유니폼을 입게 되면 102까지 올라갈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전주=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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