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루 와인의 본고장 무주와인동굴
적상산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가 와인동굴이다. 무주양수발전소 건설 당시 굴착작업을 위해 뚫은 터널을 무주군에서 2007년부터 임대해 와인동굴로 개조했다. 적상산 정상으로 오르는 도로 중간쯤에 있다. 총 터널 길이 580m 중 290m를 와인동굴로 사용하고 있다. 전국 머루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무주 지역의 머루재배농가를 돕기 위해 와인을 숙성 저장하고 판매하는 시설이다. 2천원의 입장료를 내면 와인을 시음하거나 머루주스를 맛볼 수 있다. 사과와인을 포함해 6종의 와인 중 3가지를 시음한다. 3가지를 넘으면 맛을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무주의 5개 업체에서 생산하는 머루와인을 시중가보다 약 15%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다. 터널 끝부분엔 와인 족욕장을 설치했다. 산행으로 쌓인 피로를 풀 수 있는 곳이다. 별도로 3,000원의 입장료를 더 내야 한다.
머루동굴 조금 아래에 적상산 자락의 첫 마을 내창마을이 있다. 23가구 주민들이 마을기업 천막을 치고 각 농가의 생산물을 판매한다. 팔 수 있는 농산물과 가공품은 다 가지고 나온 듯 종류가 다양하다. 무엇보다 군침을 당기는 건 가마솥을 걸고 즉석에서 만드는 두부다. 바로 만든 순두부를 그 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김환태문학관과 최북미술관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지역의 역사와 인물을 알아가는 것이다. 무주읍 전통공예체험관 3층에 최북미술관과 김환태문학관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1909년 무주에서 태어난 김환태에게는 ‘순수비평문학의 선구자’라는 수식이 붙었다. “나는 상징의 화원에 노는 한 마리 나비이고자 한다. 아폴로의 아이들이 가까스로 가꾸어 형형색색으로 곱게 피워놓은 꽃송이를 찾아 그 미에 흠뻑 취하면 족하다”(평단 전망 中). 어렵다. 계급주의 비평으로 경직된 문단에서 순수비평의 씨앗을 뿌린 기수임을 강조하기 위해 인용한 문구다. 비평가로 여러 차례 ‘문학사상’의 표지인물에 올랐고, 그의 이름을 딴 평론문학상까지 있으니 문단의 평가를 짐작할 만 하다. 전시실은 출생과 성장, 어록과 철학, 문학정신 등을 주제로 꾸몄지만 김환태라는 이름 석자를 각인시키는 것 말고는 아쉬움이 크다. 좀더 대중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바로 옆이 최북미술관이다. 조선후기 화가로 심사정과 정선 다음 가는 대가로 강세황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데, 미술에 문외한으로서는 생소하다.“천하의 명사가 천하의 명산에서 죽어야 한다”며 금강산 구룡연에 뛰어들고, 그림을 거부했다고 벼슬아치의 협박을 받자 스스로 한쪽 눈을 찔러 애꾸가 되었다는 등 예술혼을 지키려는 기행을 강조한 영상이 눈에 띈다. 산수화에 능해 ‘최산수’, 메추라기를 잘 그려 ‘최메추라기’라는 별명도 있지만 말년의 호는 붓으로 살아간다는 뜻의 ‘호생관(毫生館)’이었다. 3점의 진품과 80여 점의 복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출생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근역서화집 등 여러 고문서에서 그를 ‘무주인’으로 표현했다는 것을 근거로 무주에 미술관을 지었다. 작은 지자체에서 조선후기 화단의 거장을 기리는 시설을 지었다는 것 자체로 평가할 만하다. 인터넷지도와 네비게이션에 아직 잘 나와있지 않다. 무주국제화교육센터를 찾으면 쉽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반디랜드와 태권도원
아이들과 함께 무주여행을 떠났다면 반디랜드와 태권도원을 들러볼 만 하다. 반디랜드는 무주읍내에서 동쪽 설천면 방향으로 약 15km, 태권도원은 거기서 2km 정도 떨어져 있다. 무주 특산물에는 모두 반딧불이가 그려져 있을 정도로 반딧불이는 무주의 상징이다. 반디랜드에는 곤충박물관과 청소년수련원, 통나무집 등의 시설이 있다. 곤충박물관은 반딧불이를 포함해 2,000여종의 곤충을 전시하고 있다. 자웅동체인 데모레우스호랑나비, 세리세우스사슴벌레 등 세계적으로 희귀한 곤충도 있다. 특히 4개의 다리(곤충은 모두 6개의 다리를 갖고 있다)만 가진 워커리하늘소는 전세계에서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종이다. 이외에도 갖가지 곤충과 나비 표본을 다양한 형태로 전시하고 있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하기에 충분하다.
태권도원은 이름만으로는 가늠하기 힘들다.‘국제경기와 체험·수련·교육·연구·교류 등 태권도에 관련된 모든 것이 가능한 세계 유일의 태권도 전문공간’으로 소개하고 있다. 한마디로 태권도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 모은 테마파크다. 규모도 방대하다. 여의도 면적에 조금 못 미치는 231만㎢ 부지에 세계 최대 태권도 전용경기장인 T1경기장, 태권도박물관, 물길과 대나무 숲이 어우러진 전통공원, 빗살무늬 토기를 본 딴 전망대까지 갖췄다. 태백·평원·일여 등으로 이름 붙인 산책길만도 6시간 코스다. 주요시설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도 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태권도인만 이용하는 시설이 아니다. 1,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을 갖추고 학생과 기업을 위한 수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 관광객을 위한 1일 체험코스도 있다. 특히 하루 2차례 펼치는 시범단 공연이 인기다.“수익만 앞세운 단순한 놀이 시설이 아니라 세계에 태권도를 알리고 한국인의 자긍심을 일깨우는 장소로 자리매김하면 좋겠다” 태권도진흥재단 고재춘 마케팅부장의 바람이다.
무주=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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