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싸매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커피숍에서 시험공부를 하다 책을 덮고 그 위에 머리를 내맡긴 대학생, 술집 구석에 놓인 테이블에서 허름한 양복을 입고 쓰러져 있는 회사원, 울다가 지쳐 베개에 코를 박은 채 침대 위에 엎드려 있는 소녀, 가로등 옆에서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앉아있는 아이… 사연은 제각기 다르겠지만 그들이 이를 악문 채 던지는 질문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대체 왜 이럴까? 학창시절의 내가 그랬다. 나는 밝고 사교적인 아이였지만 때때로 그 성격이 내 발목을 잡곤 했다. 내 짓궂은 행동은 대부분 웃음과 연결되곤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한창 예민한 순간에는 옷깃만 스쳐도 화가 나거나 눈물이 쏟아진다는 사실을 깨닫는 날이 많았다. 그때마다 나는 나쁜 말이 튀어나간 내 입을 굳게 닫고 머리를 싸맸다. 시계를 10분 전으로 돌리고 싶었다. 내가 한 행동이 분명한데도, 그 행동을 할 때의 나는 나 자신이 아닌 것 같았다. 재미 삼아 던진 말이지만 그 말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기분 나쁜 말이라면, 그것은 나쁜 말이다. 분위기를 띄우려고 그랬다느니, 친해지려고 한 말이라느니, 상대가 기분 나쁠 줄 몰랐다느니 하는 이런 말은 상대의 기분을 더욱 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더 나쁜 말이다. 요즘 나는 10분 전이 아닌 1분 후를 생각한다. 1분 후에 나는 웃고 있을까, 머리를 싸매고 있을까. 머리를 싸매지 않기 위해 역설적으로 머리를 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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