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와 달리 재미있는 운동 지향
제한시간 내 운동과제 완성 경쟁
자칫 무리하면 큰 부상 위험
초보자는 전문가의 교육받아야
“자, 아직 시간 많이 남았습니다. 쉬었다 하면 되니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합시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리복 크로스핏 슈퍼 스트렝스’ 체육관. 벽에 걸린 타이머가 야속하게도 5분을 지난다. 다들 힘이 빠져서 바벨을 간신히 붙들고만 있다. 오늘의 프로그램은 크로스핏을 대표하는 코스로 악명 높은 ‘프란’. 바벨을 어깨 위로 들고 앉았다가 일어서면서 머리 위로 올리는‘스러스터’와 철봉에 하는 턱걸이를 번갈아 가며 각각 21회, 15회, 9회 해야 한다. 최대한 빨리 하는 것이 목표. 5분 안에 완성하면 상급자다. 중간에 쉬는 것은 상관없지만 제한 시간 10분이 지나면 실패로 간주된다. 옆에서 지켜봐 주는 사람이 ‘프란’에 도전 중인 사람을 독려하고 손뼉을 치며 횟수를 센다. “이제 거의 다 왔어. 일곱개만 더 하면 돼.”
서울 구로구에 사는 양민욱(31)씨는 이 날 ‘프란’을 완수했다. 그는 “실패도 많이 하는데 오늘 성공한 걸 보니 몸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며 웃었다. 크로스핏을 시작한 지 1년 반 정도 된 그는 스스로 “운동에 중독됐다”고 말한다. “(크로스핏) 체육관에 나오는 월ㆍ수ㆍ금요일에는 약속을 잡지 않아요. 이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후회한 적이 없어요. 운동이 재미있어졌어요.”
‘크로스핏’은 어떤 운동을 뜻하는 일반명사가 아니라 미국의 특정 체육관이 등록한 운동 브랜드 명칭이다. 그레그 글래스만이 창시한 이 브랜드는 신체의 각 부분에 집중하는 기존의 헬스와 달리 종합적이고 재미있는 운동을 지향한다. 크로스핏을 전문으로 하는 체육관에서는 그날 그날 프로그램을 지정해 공개한다. 이 운동은 체력을 늘리고 몸의 특정 기능을 강화하도록 설계돼 있다. 데드리프트, 케틀벨 스윙, 턱걸이, 버피는 모두 온몸을 활용한 운동이다. 이들 운동 중 두어 가지를 조합한 프로그램을 제한시간 내에 최대한 빨리 완성하는 것이 크로스핏의 목표다.
피트니스 센터 매니저이면서도 크로스핏을 하고 있는 이진성(45)씨는 크로스핏이 단순한 운동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크로스핏은 시간 단축이라는 경쟁적인 요소가 있고 제한 시간 내에 주어진 과제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운동할 때 자극이 많이 됩니다. 자신의 육체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의지를 만들어 주죠.”
크로스핏은 매년 미국에서 세계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서울에서는 5월 아시아지역 예선이 진행되기도 했다. 세계 대회 레벨 크로스핏터들의 움직임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크로스핏이 기존 헬스와 구별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크로스핏은 여러 명이 동시에 프로그램에 도전하기 때문에 파트너와 경쟁자들 사이에 예의를 지키고 서로의 도전을 독려하는 것을 권장한다. 크로스핏 전문 체육관은 피트니스 센터라기보다는 무술 도장에 가까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양민욱씨는 “전혀 몰랐던 사람들끼리 만나서 대화하고 친해지는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이진성씨는 “집은 연신내에, 직장은 잠실에 있지만 2년째 이 곳(리복크로스핏슈퍼스트렝스)에서 운동하는 것은 사람들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운동의 효과는 어떨까. 만약 몸을 만드는 것이 일차 목표라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건강해지기’ 위한 운동을 오래 하고 싶다면 크로스핏이 좋은 선택이다. 컴퓨터 게임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유준무(36)씨는 크로스핏을 시작하기 전 운동을 별로 해본 적이 없었고 몸도 약한 편이었다. 하지만 크로스핏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효과를 봤다. 58kg였던 체중이 65kg로 늘어난 것이다. “크로스핏은 짧은 시간 안에 제 신체 능력을 끝까지 쥐어짜내게 합니다. 자연히 운동에 재미가 붙고 식욕이 늘어나면서 몸도 좋아지게 됐어요. 그 이후로 계속 하고 있습니다.”
물론 크로스핏에 대한 비판적 관점도 존재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에 경쟁적인 요소를 도입했다는 것이 양날의 검이 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달리 크로스핏은 성격상 일반인과 엘리트 사이에 걸쳐 있는 운동이다. 지나치게 격렬하게 운동하다 보면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크로스핏 트레이너들은 “무리하지 말고 강도와 횟수를 스스로 조절하면서 운동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가능하면 전용 체육관을 이용하고 크로스핏 트레이너로 인증 받은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운동해야 한다. 또 체력에 자신이 있더라도 처음에는 반드시 초보자 전용 코스를 수강해 요령을 숙지해야 한다.
리복크로스핏슈퍼스트렝스의 매니저 배재현씨는 “운동을 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하게 몸을 움직이는 것”이라며 “참가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수준으로 계속 운동하도록 유도하면서 몸의 힘을 서서히 늘려가자는 것이 크로스핏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및 동료와 함께 운동하면서 자신의 체력을 시험하고 싶다면, 그리고 자연스럽게 더욱 건강해지고 싶다면 크로스핏에 도전해 보자.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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