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아쉽게 놓친 염경엽(46) 넥센 감독이 끝내 눈물을 보였다. 6차전 1-11 대패가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올 시즌 팀 전력상 우승을 노릴 적기였지만 정상 등극을 이루지 못한 분함 그리고 아쉬움에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승부욕이 워낙 강한 그는 밤잠까지 설치고 꿈에서 야구를 할 정도로 포스트시즌에 올인 했었다.
진한 눈물을 보인 염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마친 뒤 “더 단단해지는 넥센이 되도록 (내년) 준비를 잘하겠다”며 “그리고 다시 도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쓴 약을 들이킨 염 감독은 이미 머릿 속에 내년 팀 구상을 그려놓았다.
넥센은 일단 거포 유격수 강정호의 자리를 메워야 한다. 강정호는 구단 동의를 얻어 해외 진출을 노린다. 염 감독은 강정호가 떠난 자리를 윤석민으로 채울 복안이다. 유격수 경험은 없지만 핸들링과 송구 능력은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평가다.
두산 시절 4번 타자를 맡았을 만큼 힘을 갖춘 윤석민은 올해 백업 내야수로 두 자릿수 홈런을 쳤다. 주로 나선 포지션은 1루수와 3루수다. 염 감독은 “유격수 전환이 쉽지 않겠지만 본인 스스로 이겨내야 할 부분”이라며 “2~3년 동안 제대로 잡는다면 강정호처럼 골든글러브에 도전할 수 있는 대형 유격수가 될 수 있다. 한국시리즈 후 혹독한 훈련을 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 감독은 특히 올해 실패를 거울 삼아 강한 선발 투수진을 만들 계획이다. 넥센은 ‘원투 펀치’ 앤디 밴헤켄과 핸리 소사, 오재영 등 3명으로 포스트시즌을 버텼다. 선발이 약한 팀 사정을 고려한 승부수였지만 4선발을 쓰는 삼성에 비해 열세를 보였다.
염 감독은 “내년에는 꼭 4명의 선발로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기대하는 투수는 고졸 2년차가 되는 하영민과 9승을 거둔 문성현이다. 하영민은 2015 시즌을 대비하기 위해 지난 8일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엔트리에서 빠지는 대신 1군과 함께 동행하며 코칭스태프의 집중 조련을 받았다. 지난 시즌 조상우가 경험했던 맞춤형 과외다. 정규시즌 막판 왼 옆구리 부상으로 한국시리즈 동안 자기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던 문성현은 올해 경험을 계기로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넥센은 강정호가 빠진다 해도 타선은 여전히 젊고 막강하다. 여기에 화력을 갖춘 외국인 타자가 가세한다면 금상첨화다. 관건은 마운드다. 염 감독의 구상처럼 4선발이 안착되면 내년시즌 다시 한번 대권을 노릴 수 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