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름만 들어도 군침 도는 서울의 '먹자골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군침 도는 서울의 '먹자골목'

입력
2014.11.12 09:28
0 0

가을은 깊어지고 우리의 몸매는 푸짐(?) 해지고! 맛집을 찾고 있노라면 세상에 맛있는 음식은 참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번에는 서울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먹자골목을 소개하려고 한다. 지금 모니터에 달려들 기세라면, 꼬르륵 반응했다면, 츄르릅 침이 고였다면 더 이상 망설이지 말자! 자, 지금 휴대폰으로 단체 대화창에 이렇게 날려보도록. “오늘 서울 OO으로 모여!”

●시작하기에 앞서 준비할 것들 : 주린 배, 그리고 함께 즐길 좋은 사람들

1. 가히 명불허’전(煎)’이로구나! 광장시장 전골목

종로구에 위치한 광장시장은 100년 역사를 자랑하며, 동대문·남대문 시장에 이어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이다. 광장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전과 빈대떡이다. 두툼한 두께에 한 번, 저렴한 가격에 두 번 놀라게 된다. .

퇴근 후 회포를 푸는 직장인부터, 주머니 가벼운 학생, 한국의 맛을 찾아온 외국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과 함께 부쳐지며 더욱 구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어디 ‘전’뿐인가? 이름 한 번 무시무시한 ‘마약김밥’도 있다. 마약김밥은 당근, 시금치, 단무지 정도만 들어간 꼬마김밥이다. 재료가 넉넉하지 않은 시절에 시장 상인과 손님들이 빨리 먹을 수 있게 만든 음식이 이젠 일부러 찾아와서 먹는 음식이 돼버린 것이다. 기름기 흐르는 김밥을 겨자 소스에 찍어 먹으면 좀처럼 이 맛에 헤어 나올 수 없다는 사실. .

마약김밥 이외 싱싱한 고기를 맛깔 나게 양념한 육회 또한 광장시장에 꼭 맛봐야 하는 음식이다.

>찾아가는 법 :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7번 출구 방향, 도보로 5분 거리

2. 서울 떡볶이 맛의 원조, 신당동 떡볶이 골목

다음으로 소개할 음식은 안젤리나 졸리도 즐겨 먹는다는 영원한 국민간식 떡볶이다. ‘떡볶이’하면 신당동 떡볶이를 떠올린다. 오죽하면 “떡볶이를 너무 좋아해 찾아간 곳은 신당동 떡볶이집”이란 노래까지 있을까?

신당동은 동대문운동장(동대문역사문화공원)과 가까워 1970~80년대 야구 경기가 있는 날엔 사람들이 엄청 몰렸다고 한다. 그때부터 현재와 같은 떡볶이 골목이 형성됐다.

널찍한 팬에 떡, 라면, 쫄면, 어묵, 튀긴 만두, 찐 달걀 등이 담겨 나오고, 가스레인지에 직접 끓여 먹는데 이 재미가 참 쏠쏠하다. 각 음식점마다 고추장 소스 맛의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떡볶이 마니아라면 이 골목에서 제대로 즐기실 수 있다. 떡볶이 양념에 김가루를 넣어 만든 볶음밥도 잊지 말아야 하는 별미.

>찾아가는 법 : 지하철 2호선, 6호선 신당역 8번 출구 방향, 도보 5분 거리

3. 추억까지 오물거릴 수 있는, 신림동 순대타운

국민간식에 이어 이번엔 대표적인 서민음식 순대를 먹으러 떠나보자. 건물을 통째로 쓰는 순대집이 있을 만큼 순대집이 즐비한 ‘신림동 순대타운’이다.

신림동 순대타운의 원조는 1970년대 신림시장에 있던 순대가게들이다. 1990년대 시장을 허물고 상가를 세웠는데, 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들이 입주하게 되면서 지금의 순대타운이 형성되었다.

순대타운에 들어서면 중요한 결정을 해야한다. 백순대를 먹을 것이냐, 양념순대를 먹을 것이냐… 담백한 맛을 원한다면 백순대, 매콤달콤한 맛을 원한다면 양념볶음을 추천한다. 각종 재료로 꽉 채워져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고, 여기에 볶음밥으로 마무리하면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다. 술안주로도 제격이고 늦게까지 영업을 하거나 24시간 문을 여는 집도 있어서 야식으로 즐길 수 있다.

인근 대학교 학생들과 서민들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꽉 채워진 순대 속처럼 맘까지 꽉 채워주는 음식이다.

>찾아가는 법 : 지하철 2호선 신림역 3번 출구 방향, 도보로 3분 거리

4. 역사와 갈비를 곱씹다, 마포구 갈비주물럭 골목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면, 역시 기운이 없을 땐 고기가 최고다. ‘고기’하면 마포를 빼 놓을 수 없다.

‘마포’하면 왜 갈비가 유명해졌을까? 그 연유를 찾고자 한다면 마포나루가 있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마포나루는 전국의 곡식, 목재, 어물 등 다양한 물자들이 한강 물길을 따라 한 데 모이는 물류유통의 중심지였다.

배가 많은 곳엔 항상 굿이 펼쳐지기 마련인데, 마포나루에서도 선박들의 무사항해를 기원하는 굿이 성행했다. 굿판이 벌어지고 나면 으레 고기를 굽게 되고 그게 지금의 갈비골목으로 남게 됐다는 얘기다.

<사진: 옛날 마포나루 모습>

달콤한 맛이 일품인 돼지갈비, 쇠고기에 양념을 입혀 주물럭거린 주물럭, 고기 본연의 맛을 즐기고 싶다면 항정살, 목살을 드시면 된다.

그 옛날 뱃사람들과 주민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준 마포 고기는 삶에 양념 같은 맛이 필요한 현대인들을 여전히 달래주고 있다.

>찾아가는 법 :지하철 5호선 마포역 1번 출구 방향, 도보로 2분 거리

5. 색다른 음식을 먹고 싶을 땐,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사진: 이태원 지구촌 축제>

마지막으로 어떤 먹자골목을 소개할까 고민을 했다. 장충동 족발 골목, 남대문 칼국수 골목, 을지로 골뱅이무침 골목… 물론 맛깔스런 우리 음식도 좋지만, 평소 먹어보지 못한 이국적인 음식이 당길 때 알아두면 좋은 곳을 소개할까 한다. .

바로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유럽, 아시아, 심지어 아프리카까지 세계 음식 기행을 떠날 수 있는 이태원 세계음식거리다.

이태원역 앞에 위치한 해밀톤호텔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음식점들이 즐비해 있고, 타고나 케방 등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길거리 음식도 많다. 그 옆 동네(녹사평역) 경리단길도 이태원과 마찬가지로 이국적인 음식이 가득하며,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골목골목 숨어있어, 눈과 입이 절로 즐거워지는 길이다.

>찾아가는 법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해밀턴호텔 뒤 이태원로 27가길

*맛있는 음식이 약보다 효과가 좋을 때가 있다. 한 끼 식사로 허기진 배를 달래기보단 허기진 마음을 달래는 것이 중요할 때가 그렇다.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이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빈말 1위라고 한다. 오늘만큼은 친구에게, 가족에게, 동료에게 “밥 한번 먹자”라며 인사를 건네 보는 건 어떨까? 서울의 미로(味路)길에서 말이다. 맛있는 식사로 오늘 그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자. 그게 바로 음식이 주는 따뜻한 힘이다.

쉐어하우스(필자 서울시) 제공 ▶ 원문보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