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재현 무대·학술 세미나
작고한 지 7년이 되는 춤의 명인 박병천을 기리는 ‘그리운 이름, 무송(舞松) 박병천’이 세미나와 함께 열린다. 고인 특유의 구음과 함께 펼쳐지던 즉흥무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고인의 춤사위를 재현하는 무대가 눈길을 끈다.
30일 오후 3시 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 민속극장 풍류에서 열리는 공연은 덕담과 함께 제석춤으로 막이 오른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의 굿거리춤을 바탕으로 한 이 축원무(제석품)를 영돗말이지전춤이 잇는다. 영돗말이지전춤은 쑥물, 향물 등으로 망자의 넋을 씻고 극락으로 인도하는 과정을 양식화한다. 다시 묶인 매듭을 풀어가는 고풀이춤, 망자의 영혼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길닦음으로 이어진 뒤 화려한 북장단과 춤사위를 즉흥적으로 펼치는 진도북춤으로 끝난다. 모든 무대는 먼저 객석을 향해 설명한 뒤 공연을 펼치는 형식을 취한다. 춤과 음악적 장단이 이뤄내는 절묘한 조화의 비밀이 일반의 언어로 풀어헤쳐진다.
2007년 75세의 나이로 세상을 뜬 박병천은 세습무가 집안의 9대째 예인으로 진도씻김굿과 북춤의 달인이었다. 굿에 딸린 춤 정도로 인식되던 굿거리춤, 영돗말이지전춤, 고풀이춤 등을 독자적인 무대 예술로 격상시켰고 국립극장에서 ‘도미부인’ 등의 무대를 만드는 등 전통 예술을 양식화하는 데 업적을 남겼다.
박병천류 전통춤보존회의 임수정 회장(경상대 민속무용학과 교수)이 마련한 학술 세미나 ‘박병천의 예술세계’도 이날 열린다. 이병욱 용인대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이윤선(목포대) 박시종(청주대) 교수 등 연구자 다섯 명이 나와 학문적 담론을 나눈다. 이 자리에서 노동은 중앙대 교수는 고인의 음악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그의 연희ㆍ후진양성 조직이었던 신청회와 관련한 에피소드와 장단의 원리, 즉흥성의 창출에 대한 탐구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1980년대에 만나 연분을 맺은 이후의 경험담이 생생하다. 노 교수는 “한국 음악 최대의 강점인 즉흥성을 고인이 창출했다”며 “갈수록 약해지는 우리 문화의 정수가 즉흥성이라는 핵심어에 의해 살아날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임수정 회장은 “박병천의 춤을 학술적으로 집중 조명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선생이 왜 전통 예술의 거장인지 일반인들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이번에 정리할 이론 체계를 토대로 8주기 행사 이후에는 대중화 작업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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